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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마스크 물량 맞추기 급급한 정부...KF80 말바꾸기 혼란만 가중


입력 2020.03.24 06:00 수정 2020.03.23 17:34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식약처, KF80은 황사‧미세먼지 차단 효과…바이러스 방역은 KF94부터

시장 수요와 엇갈린 정책이라는 지적도…KF94 품귀현상 심화 우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서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마스크 대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보건용 마스크 등급을 놓고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KF94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던 정부가 최근에는 생산업체들에게 황사, 미세먼지 방역 수준의 KF80 마스크 생산 확대를 요청하고 있어서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마스크 수급상황 브리핑에서 “KF94에서 KF80으로 생산을 전환하면 원자재량은 20% 감소하는 반면, 생산량은 최대 1.5배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며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업체에 KF94보다 KF80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 생산현장에서 MB(멜트블로운) 필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필터가 덜 들어가는 KF80 마스크로 전환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이 같은 보건당국의 발표 이후 시중에서는 오히려 혼란이 더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식약처가 언급해온 보건용 마스크 기준과 이번 조치가 상반되는 탓이다.


지난 1월 29일 식약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식약처가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KF80은 미세먼지나 황사 입자를 막아주는 마스크로 표기돼 있다. 신종플루와 같은 감염원 예방을 위해서는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 블로그 캡처 ⓒ식약처 블로그 캡처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가 마스크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기준까지 뒤엎는 말 바꾸기를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앞서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던 정부는 면 마스크로 기준을 낮추더니 나중에는 건강한 사람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며 여러 차례 말을 바꿨다. 그에 따라 시민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됐고 코로나 사태의 불안감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비난까지 제기됐다.


생산량 확대 효과가 정부의 기대치 보다 낮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당초 정부에서는 생산 전환으로 생산량이 최대 1.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마스크 제조업체 관계자는 “KF80과 KF94의 생산 속도는 비슷해 업체 당 하루 생산량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필터 수급 때문에 가동률이 낮았던 업체들은 생산량을 좀 더 늘어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조업체 관계자는 “KF80과 KF94를 같이 생산하는 업체가 많다 보니 별도 허가 없이 KF80 물량을 늘릴 수는 있다”면서도 “시장에서는 KF94 수요가 많은데 KF80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대란이 해소될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KF80 마스크 공급량 확대 정책이 시장의 수요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감염 우려에 등급이 높은 마스크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KF80 마스크 물량만 늘렸다가 오히려 KF94 마스크의 품귀현상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요일제 시행으로 그나마 품귀현상이 감소한 상황에서 또 다시 KF94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국내 전체 보건용 마스크 시장에서 KF80 제품은 5%, KF99 제품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전부 KF94 제품이 차지한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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