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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승기 잡았으나...이사회는 '한 지붕 두 가족'?


입력 2020.03.17 05:00 수정 2020.03.16 17:4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KCGS·ISS, 사내이사 연임 안건 찬성 권고로 청신호

이사 후보 대한 찬반 의견 엇갈려...혼합 구성 ‘주목’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서울시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한진그룹

국내외 최대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손을 들어주면서 한진칼 주총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이사회 구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조 전 부사장 측 추천 인사들이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한진칼과 3자주주연합이 추천한 이사들에 대해 엇갈린 찬반 의견을 내놓으면서 양측의 추천인사가 혼재된 이사회 구성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ISS는 지난 14일 전날 회원사들에 보낸 한진칼 주주총회 의안 분석(의결권 권고) 의견에서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과 하은용 대한항공 재무부문 부사장의 신규 이사 선임에 대해서 찬성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와 함께 조 전 부사장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등 3자주주 연합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에 대해도 찬성 의견을 냈다. SK텔레콤 사장과 SK그룹 부회장을 지내며 축적된 경영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사외이사 후보들 중에서도 회사측에서 추천한 인사들 중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 최윤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해서는 찬성을, 임춘수 마이다스PE 대표와 이동명 법무법인 처음 대표변호사에 대해서는 반대로 엇갈린 의견을 냈다.


이는 앞서 국내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한진칼의 이사회 제안에 대해 일괄적으로 찬성투표를 권고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KCGS는 3자 연합의 이사 후보들에 대해서는 '불행사'를 권고했다.


3자 연합은 지난달 주주제안을 통해 사내이사로 김신배 의장을 비롯,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대한항공 상무 등을, 기타 비상무이사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를 추천했다. 이 중 김치훈 전 상무는 이후 자진사퇴했다.


또 사외이사 후보로는 서윤석 이화여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교수, 이형석 수원대 공과대학 교수, 구본주 법무법인 사람과사람 변호사 등 4명을 제안했다.


이에 아직 의안 분석 의견을 내지 않은 서스틴베스트·대신지배구조연구소·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 국내 3개 의결권 자문사와 외국계인 글래스루이스 등이 조만간 어떤 권고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고객들에게 보낼지가 관심사다.


향후 의견을 내는 의결권 자문사들이 ISS처럼 개별 이사별로 찬반 의견을 낼 경우 표심에 따라 양측의 이사진이 혼재된 이사회가 구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재계의 판단이다. 특히 서스틴베스트의 경우, 그동안 조 회장의 한진칼 이사 연임 적격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온 터라 자문사별로 의견이 크게 엇갈릴 가능성도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의결권 자문기관 등의 의견에 따라 주총 안건 찬반을 정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의 의견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이번 주총에서 양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측이 33.45%, 조현아 3자 연합이 31.98%로 1.47%포인트 차에 불과해 의결권 자문사들에 의해 주총 승부가 갈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단 조 회장측이 승기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사내이사 연임과 별도로 개별 이사들에 대한 의견은 갈릴 수 있는데다 기관투자자 외에 개인 주주들의 표심도 감안해야 해 이사회 구성은 섣불리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한진칼 이사회는 총 6명(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4명)으로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 결과에 따라 두 자릿수 이상으로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기존 사외이사 중 이석우 법무법인 두레 변호사는 임기만료로 빠지게 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주총에서 양측 중 어느 한쪽의 제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면 이사회 규모는 총 11명이 된다. 한진칼의 제안대로면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8명 체제로, 3자연합 측의 제안대로면 사내이사 3명, 기타 비상무이사 1명, 사외이사 7명 체제로 구성된다.


이번 주총에서 양측이 치열한 표 대결이 예상되고 있어 가능성은 높지는 않지만 양측의 이사후보들이 모두 선임돼 총 18명(사내이사 5명·기타 비상무이사 1명·사외이사 12명) 규모의 메머드급 이사회가 구성되는 것도 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한진칼은 정관에서 이사회에 대해 3인 이상의 등기 이사로 구성해야 하고 사외이사를 3인 이상으로 하되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만 규정하고 있다. 통상 대부분의 회사들이 정관을 통해 이사 수의 상한을 정해 놓는 것과 달리 상한선이 없어 이사회 규모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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