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할 말이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우리 대한민국 최고!”
추성훈이 한국인임을 분명히 했다.
추성훈은 28일 ‘K-1 히이로즈 2007 코리아’에서 ‘푸른 눈의 슈퍼코리안’ 데니스강을 1회 4분 45초 만에 라이트 어퍼컷 한 방으로 KO시켰다. 승리 직후 ‘우리 대한민국 최고’를 외치면서 재일교포 4세 아키야마 요시히로가 아닌, 한국인 추성훈으로 기억되길 원했다.
경기 초반은 데니스 강의 우세였다. 데니스 강은 장기인 복싱기술로 추성훈을 코너로 몰아붙였다. 그러나 1라운드 3분이 넘어서면서 추성훈의 일격펀치가 데니스 강 안면에 작렬,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콧등이 피로 물든 데니스 강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추성훈은 이 기회를 살려 적극적인 공격자세로 시야가 좁아진 데니스 강을 거칠게 압박했다.
그리고 운명의 4분 45초. 추성훈은 사각 링 구석에 몰린 데니스 강 턱에 라이트어퍼컷을 꽂아 넣었다. 입안에 있던 마우스피스가 튀어나오면서 데니스 강은 의식을 잃고 코너에 몸을 기댔다.
프라이드에서 K-1로 넘어오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몸값을 받는 등 K-1 히어로즈 최고 거물로 꼽히던 데니스 강이 이렇게 허무하게 쓰러질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팬들은 ‘추성훈 데니스강 동영상’을 한 장면 한 장면을 다시 되돌려보고 있다.
추성훈, 사쿠라바와 못 다한 일 끝낼 차례!
히어로즈 차세대 간판 데니스 강을 꺾은 추성훈의 다음상대는 윤동식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윤동식은 같은 대회에서 파비오 실바를 암바로 제압, 추성훈-데니스 강과 함께 히어로즈를 이끌 한국파 3대 스타로 떠올랐다. 같은 유도인 출신으로 비운의 스토리를 담고 있는 둘의 맞대결이 성사된다면 히어로즈 흥행은 떼어 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추성훈은 라이벌 윤동식과의 대결 이전에 마무리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일본 격투기 영웅 사쿠라바 가즈시와의 재대결.
추성훈은 재일교포들의 비애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격투가다. 그는 지난해 12월 K-1 다이너마이트에서 일본의 자존심 사쿠라바 가즈시를 완전히 제압했지만, 몸에 이물질을 발랐다는 이유로 실격패했다. 이후 1년 가까이 출장정지라는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당시 사쿠라바는 추성훈의 펀치를 수차례 허용하면서 얼굴이 심하게 부어올랐고, 심판은 선수보호차원에서 경기를 중단시켰다. 추성훈의 승리가 당연했다.
하지만 사쿠라바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이물질 의혹을 제기했다. 다이너마이트 대회가 끝난 후 K-1 주최단체 FEG의 최고 경영자 다니카와 사다하루는 심판진이 사쿠라바의 의혹 제기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경기결과는 뒤집어졌다. 추성훈이 다리에 로션을 발랐다는 이유로 몰수게임을 선언했다.
K-1 히이로스 규칙에는 오일, 식용유 등 명백히 미끄러운 물질을 바르는 것은 금지사항이다. 하지만 피부에 흡수되는 로션 정도는 해당사항이 될 수 없다는 게 격투기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추성훈도 사쿠라바와의 대전 직전 로션을 사용한 점이 문제될만한 사항이라고 보지 않았다. 심지어 경기중계 카메라맨이 추성훈을 비출 때도 그는 자연스럽게 로션을 바르고 있었다. 피부가 트고 건조해 로션을 바른 것뿐이었다.
억울할 수도 있는 패배와 가혹한 징계로 공백기를 거치는 동안 추성훈의 타격 기량은 한층 향상됐다. 이제 자신에게 시련을 안겨다 준 사쿠라바 가즈시와 못 다한 이야기를 끝낼 시간이 도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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