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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나랏돈 펑펑", "곳간 거덜날라"…추경 커지는 우려


입력 2020.03.09 05:00 수정 2020.03.08 22:03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10조원 이상 적자국채 발행 불가피 "재정건전성 아랑곳않아"

"현금 나눠주기식 운용은 안돼…장기적 성장률 둔화 불가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오후 서울 명동 거리가 다소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추경 재원의 대부분이 적자국채 발행으로 조달되기 때문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의결된 추경예산안에는 한국은행 잉여금과 기금 여유자금에서 총 1조4000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 10조3000억원은 빚을 내 충당한다. 사실상 빚으로 만든 재원으로 추경을 하는 셈이다.


이미 올해 512조원의 슈퍼예산을 짜면서 지난해(33조8000억원) 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국채 60조3000억원을 발행하기로 했는데, 이번 '코로나 추경'까지 더해지면서 국가채무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40%를 돌파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종전 3.5%에서 4.1%로 확대된다. 이는 외환위기로 경제 근간이 흔들렸던 1998년(4.7%) 이후 최대이자, 처음으로 4%선을 돌파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경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달 24일로 열흘만에 '급조된' 추경안이었다. 전문가들은 막대한 빚을 통해 마련한 자금을 잘 써서 경제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추경안 내용을 보면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화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추경으로 집행되는 8조5000억원 가운데 3조원가량은 소비 진작용으로 쓰이는데, 현금지원을 통한 소비 진작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 저소득층 137만7000가구에 4개월간 8506억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을 나눠주고, 노인 일자리 사업 참여자에게는 보수의 30%를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수령하면 20% 상당의 추가 상품권을 제공하는 방식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정부의 추경안 편성 내용을 보니까 마른 수건이라도 짜야 하는데,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방만하게 운영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국가채무비율이나 관리재정적자 비율이 위험한 수위까지 가고 있는데, 더 악화시켜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오 회장은 "예산 편성 내용을 보면, '쿠폰'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노인 일자리, 온누리 상품권 지급, 각종 장려금 등은 그냥 현금 살포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면서 "기존 예산에서 중복된 부분을 정리해서 알뜰하게 쓸 생각은 안하고, 현금을 나눠주는 방식의 운용으로는 재정건전성을 아랑곳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의 위기상황에서 추경은 분명히 필요한 부분이라고 보였는데, 올해 재정 자체가 추경까지 포함한 수준의 슈퍼예산이었다"면서 "위기가 있다고 해서 추가를 한 것인데 전형적인 보여주기식이고, 급조된 느낌"이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추경으로 '정부가 지원한다'는 말과 '정부가 부채를 늘려서 사용한다'는 말의 차이를 잘 봐야 할 것"이라며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빚내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일례로 최근에 임대료를 낮춰주면 정부가 돈을 지원해주겠다는 것은 정말 너무하다. 세금을 일부에만 사용하면서 생색내기만 하는 것"이라며 "이 정부 들어서 국민 세금을 함부로 쓰는 것 같다. 그럴수록 미래 세대가 짊어질 부담은 엄청나고, 경제는 저성장으로 떨어진다. 더 깊숙하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편성된 추경안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편성된 추경안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에 편성된 추경안이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근본적으로는 소비심리부터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추경을 통한 경기진작 효과는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성장의 하방 위험을 완화해줄 수 있지만, 이후 지속성을 갖기가 어렵고 민간부문의 성장 제고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경기부양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투자효과가 발생하는 자본지출에 투입이 이뤄져야 하나 재정 지출이 주로 손실 보상이나 각종 수당이나 자금 지원 등에 맞춰져 있어 재정 승수 효과를 높이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해윤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재정지출의 잠재적 부담 가중이나 잠재성장률 회복 등 중장기적인 과제보다 경기 충격 완화가 우선시되어야 할 시점"이라면서도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충격이 추경 효과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했다.


임 연구원은 "수출과 투자부문은 기저효과를 반영해도 둔화 폭 축소를 장담할 수 없고, 경기 순환기 저점 통과도 지연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른 경제성장률 둔화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경이 실물경기에 도움이 되겠으나 당장 내수 중심의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부족하다"면서 "대부분의 정책이 특정 계층을 지원하는데다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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