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연비제의 역습] 비례정당만 난무…지역구는 양당구도 회귀


입력 2020.03.01 05:30 수정 2020.03.01 08:08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진보진영 속속 비례정당 창당

'30석 먹겠다고…' 비례정당 우후죽순

253석 걸린 지역구는 거대양당 구도

'다당제 보장' 연비제 취지 무색

다양성 보장을 위해 실시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비례정당만 난립할 뿐 역설적으로 양당구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다양성 보장을 위해 실시된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비례정당만 난립할 뿐 역설적으로 양당구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거대 양당구도를 깨고 제3당의 존립을 보장해 정치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는 ‘연동형비례대표제’의 취지가 무너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으로 효과가 반감된 것이 크다. 무엇보다 제 정당들이 비례선거에 집중하면서, 정작 253석이 걸린 지역구 선거는 역설적으로 거대 양당구도가 굳어지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연동형 비례의석을 노리는 정당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28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공천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같은 날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열린민주당’ 창당을 선언했으며, 주권자전국회의와 한국 YMCA 등 시민단체들은 ‘선거연합정당’ 창당을 제안했다. 보수진영에서는 미래한국당 외에 친박신당, 자유통일당이 비례의석을 기대 중이다.


원내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생당, 정의당, 민중당, 우리공화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물론 유성엽 민생당 공동대표는 “253개 지역 모두 공천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호남 일부를 제외하고 당 조직도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30석의 연동형 의석을 위해 ‘비례정당’들만 난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 구도가 유지될 경우 연비제로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정당은 소수비례정당이 아닌 미래한국당이 될 전망이다. 최병천 전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만약 미래한국당이 40%의 정당득표율을 얻는다면 비례대표 47석 중 27석을 가져가게 된다.


그 사이 253석이 걸린 지역구 선거는 거대양당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대부분 지역 후보자 공모를 마치고 공천결과를 속속 발표 중이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거대양당 외에 두각을 보이는 정당은 없다. 이날 한국갤럽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은 민주당 37% 미래통합당 21% 정의당 6% 순이었다. 국민의당과 민생당은 각각 2%와 1%에 그쳤다. 총선 이후 위성정당이나 소수정당이 거대양당에 흡수되면 양당체제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처리에만 급급해 제도적 구멍이 많은 개정안을 만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별개로 놓고 비례대표에만 연동형을 적용해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없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독일의 경우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전체의석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위성정당’이 나오기 힘든 구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했지만, 위성정당 창당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준비부족을 인정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학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다수정당 연합으로 내각을 구성하는 의원내각제라면 몰라도 대통령제 하에서 연동형비례대표제를 한다고 다당제가 보장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논의과정에서도 비례대표 의석이 줄고, 연동형 캡을 씌우는 등 누더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높이자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의당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됐지 않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입장에서 미래한국당을 ‘가짜정당’ ‘꼼수정당’이라고 비판할 수 있지만, 흐름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다. 선거법 개정안을 반대한 미래통합당이 법의 빈틈을 공략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하다는 게 보수진영의 분위기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꼼수에는 묘수로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권 인사는 “선거는 전쟁이기 때문에 정도나 도리를 기대하는 것이 사치다. 그래서 선거법만큼은 여야가 합의 처리를 해왔던 것”이라며 “‘4+1’협의체로 강행처리를 한 마당에 반대 측에 명시적인 위법사항을 제외하고, 입법취지까지 지키라고 했을 때 먹혀들겠느냐”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자체적으로 진행해 전국 성인 1,001명이 최종응답한 결과다. 보다 자세한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