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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조현아 견제-소액주주 잡기 일석이조 전략 본격화


입력 2020.02.07 16:00 수정 2020.02.07 16:30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지배·재무구조 개선으로 국민연금 지지 유도

호텔·레저 전면 개편으로 누나 경영능력 부각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뉴시스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전경.ⓒ뉴시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과 재무구조 강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표심 잡기에 나섰다. 또 호텔·레저 사업 전면 개편으로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에 견제구를 던졌다.


7일 재계와 한진그룹 등에 따르면 조원태 회장은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개선과 재무구조 강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날 대한항공에 이어 이날 열린 한진칼 이사회에서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경영효율화를 통한 재무구조 강화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의 분리, 거버넌스위원회 설치 등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지배구조 투명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주력계열사 대한항공 이사회에서도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또 그룹 내 저수익 자산과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로 했다.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도를 높인다는 방침으로 비핵심·저수익 사업도 과감하게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필수적이지 않거나 시너지가 없는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주)한진 소유 부동산, 그룹사 소유 사택 등 국내외 부동산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에 단순 출자한 지분 등이 매각 검토 대상이다


이러한 지배·재무구조 개선은 내달 말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걸려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나서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유도하는 한편 이를 빌미로 삼고 있는 반대진영의 공세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진이 발표한 지배·재무 구조 개선 방안은 다음주 조 전 부사장과 손 잡은 KCGI가 주주제안을 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며 “반대측이 주주제안에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왼쪽)·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한진그룹

이와함께 호텔·레저 사업을 전면 개편하면서 조현아 전 부사장의 흔적을 지우기에도 나섰다.


전날 대한항공이 소유한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와 왕산레저개발 지분의 연내 매각을 추진하기로 한데 이어 이날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하고 있는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 부지도 매각하기로 한 것이다.


또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윌셔그랜드센터와 인천에 있는 그랜드 하얏트 인천도 당장 정리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추후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해 구조 조정 등에 나설 예정이다.


이는 비수익 사업 매각 방침 하에 재무 구조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지만 재계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그룹 복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포석이 깔린 것으로 재계는 해석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2014년 '땅콩 회항' 사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칼호텔네트워크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 등을 맡으며 그룹의 호텔·레저 사업을 총괄했다. 조 전 부사장은 무산되기는 했지만 송현동 부지에 7성급 한옥 호텔을 건립하는 프로젝트를 지휘했고 왕산레저개발도 설립을 주도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이 해온 사업들이 만년 적자를 겪어 왔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그룹 경영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명분쌓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비수익 사업’을 결부시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제기해 그룹 경영 복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재계 한 관계자는 “호텔·레저사업 개편은 KCGI 등에서 요구해 온 내용을 수용하면서 조 전 부사장을 견제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것”이라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잡을 수 있게 됐다”고 해석했다.


조 회장은 직원들과의 소통을 통한 내부 결속 다지기에도 나섰다. 그는 이날 대한항공 사내 소통광장에 '우한 전세기' 동승 과정과 소감 등을 솔직히 밝힌 글을 올리며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조 회장은 글에서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그 부름에 우리는 응했고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했다"며 고생한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승무원들은 위험을 알면서도 자원했고 저도 그 승무원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며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숨쉬기도 힘들었을 승무원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지만, 같이 있을 수 있어 마음은 편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조 전 부사장, 반도건설, KCGI 등 조 회장 반대파 연합군은 오는 14일 이전에 주주제안을 발표할 것으로 보여 내달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양측의 치열한 경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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