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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남매의 난’ 발발···럭비공 주가 향방은


입력 2019.12.26 06:00 수정 2019.12.26 06:21        백서원 기자

지분 확보 경쟁 기대감…한진칼우·대한항공우 이틀 연속 상한가

“극적 협의해도 지분율 격차 1% 못 미쳐…갈등 재점화 가능성”

지분 확보 경쟁 기대감…한진칼우·대한항공우 이틀 연속 상한가
“극적 협의해도 지분율 격차 1% 못 미쳐…갈등 재점화 가능성”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서울 중구 한진빌딩 전경.ⓒ연합뉴스

한진가(家)의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촉발되면서 한진칼 등 그룹 계열사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내년 3월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앞두고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극단에 놓인 가운데 ‘럭비공’과 같은 주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한진칼우는 전장 대비 가격제한폭(29.94%)까지 치솟은 6만1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대한항공우는 18.52% 상승한 2만4000원에 마감했고 장중 한때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두 종목은 전날에도 상한가 마감했다. 다만 한진칼(-7.14%), 한진(-6.10%), 진에어(-5.17%), 대한항공(-3.78%) 등은 하락했다.

앞서 지난 23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입장문’에서 본인의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원태 회장이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그룹 총수로 지정되고 지난달 대규모 인사를 통해 친정체제를 강화하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반감을 품고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그룹의 주주 및 선대 회장님의 상속인으로서 선대 회장님의 유훈에 따라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다양한 주주’는 내년 3월로 예정된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 주주총회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날 한진칼 주가는 전장 대비 20% 급등한 4만6200원에 장 마감했다.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간의 다툼으로 앞으로 대주주 간 지분 확보 경쟁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진칼 주가는 경영권과 지분 매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급등락을 거듭해왔다.

증권가는 앞으로 한진칼과 한진칼우 등의 주가가 더욱 요동칠 것으로 예상했다. 한진칼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조원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의결해야 한다. 조원태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한진그룹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만큼 지분 확보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 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조원태 회장, 막내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삼남매는 균등하게 지분을 나눠가졌다. 한진칼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 지분은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전무가 6.47%, 어머니 이명희 고문이 5.31%를 각각 갖고 있다.

오너일가 외에 한진칼의 주요 주주들 중에는 먼저 오너가와 대립하는 국내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대표적이다. KCGI는 단일주주로는 한진칼의 최대주주로, 23일에도 한진칼 지분을 최근 1.3% 추가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현재 지분율 17.29%다.

이어 델타항공(10%)과 최근 지분을 늘린 반도건설 계열사(6.28%)가 있다. 오너일가와 KCGI에 이어 3대 주주로 올라선 델타항공은 조원태 회장의 우군이다. 4대 주주인 반도는 이명희 고문과 연합 가능성이 나오기는 하지만 공시를 통해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앞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진그룹 편도, KCGI의 편도 아닌 것으로 분류된 반도건설이 추가로 지분 취득에 나서 내년 주총을 앞두고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남매의 지분율 차이가 미미했지만 오너가가 힘을 합쳐왔고 우호세력인 델타항공 지분까지 더해져 KCGI와의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한진칼은 지난달 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하고 이사회 내 보상위원회 등을 설치하는 등 주주확보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는 기존보다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친화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표현으로 한진칼에 우호적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명분쌓기 작업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반기를 들면서 상황은 새 국면을 맞았다. 오너가와 우호지분의 합종연횡이 실패하면 한진그룹 오너들이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조 전 부사장이 당장 가족 가운데 한 명 이상을 포섭하고 KCGI나 반도와 손잡으면 조 회장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경영권 분쟁보다는 동생을 압박해 자신의 경영복귀 시점을 앞당기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경영권 관련한 이슈가 터질 때마다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해왔기 때문에, 내년 3월 주총까지 주요 주주 세력들의 지분 매입에 따라 기존과 같은 심한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금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극단”이라며 “남매 간 극적인 협의가 나와도 지분율 격차가 1%에도 못 미쳐 이후에도 갈등이 재점화되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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