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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 부진 삼성화재, 고객 자산관리도 '위기 모드'


입력 2019.12.05 06:00 수정 2019.12.04 17:28        부광우 기자

최근 1년 투자손익 4.3%↓…5대 손보사 중 역성장 '유일'

자산운용 효율 최하위…보험 영업 적자 확대 속 '이중고'

최근 1년 투자손익 4.3%↓…5대 손보사 중 역성장 '유일'
자산운용 효율 최하위…보험 영업 적자 확대 속 '이중고'


국내 손해보험사 최근 1년 운용자산이익률.ⓒ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 최근 1년 운용자산이익률.ⓒ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삼성화재의 투자 실적이 최근 1년 간 국내 5대 손해보험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쪼그라들면서 자산운용 성적도 꼴찌로 내려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영업에서의 손실이 눈에 띄게 불어나고 있는 와중 이를 만회해야 할 투자 부분까지 역성장하며 부담은 배가되는 모습이다. 특히 손해보험업계에서 가장 많은 고객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화재가 이처럼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자칫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국내 5개 손보사들이 직전 1년 간 거둔 투자 영업 손익은 총 6조567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8141억원) 대비 12.9%(7529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손보사별로 보면 제일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화재의 역주행이었다. 삼성화재의 투자 영업 손익은 같은 기간 2조998억원에서 2조95억원으로 4.3%(893억원) 줄었다. 해당 손보사들 중에서 이 금액이 감소한 곳은 삼성화재 뿐이었다.

다른 손보사들의 투자 성적은 일제히 상승 곡선을 그렸다. 현대해상은 1조734억원에서 1조3230억원으로, DB손보는 1조1205억원에서 1조2696억원으로 각각 23.3%(2496억원)와 13.3%(1491억원)씩 투자 영업 손익이 증가했다. 메리츠화재는 관련 실적을 7263억원에서 1조554억원으로 45.2%(3281억원)나 늘리며 이목을 끌었다. KB손보의 투자 영업 손익도 7951억원에서 9105억원으로 14.5%(1154억원) 증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삼성화재의 자산운용 효율성은 크게 나빠졌다. 삼성화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00%까지 하락하며 손보업계 최저로 떨어졌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현금이나 예금, 부동산 등 보유 자산을 투자해 올린 이익률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자산운용 능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다른 조사 대상 손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KB손보 3.36% ▲DB손보 3.64% ▲현대해상 3.67% ▲메리츠화재 5.77% 등을 나타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운용 자산 규모가 큰 만큼 고위험 고수익 전략에 따른 투자 시 피해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대형 보험사일수록 공격적인 자산운용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요즘 들어 손보사들은 그 어느 때보다 투자 실적에 민감한 상황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본업인 보험 영업이 극도의 부진에 빠져서다. 삼성화재와 같은 투자 성적 악화가 더욱 뼈아플 수 있는 시점이란 얘기다. 실제로 5대 손보사들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보험 영업에서 기록한 적자는 총 2조5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3602억원)보다 88.2%(1조1998억원) 급증했다. 삼성화재 역시 같은 기간 보험 영업 손실이 3509억원에서 6049억원으로 72.4%(2539억원)나 확대됐다.

이렇게 손보업계를 늪으로 잡아끌고 있는 핵심 요인은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이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실생활과 밀접한 보험 상품들의 가격을 억누르면서 손보사들의 손해가 가중되는 흐름이다. 손보사들은 올해 실손보험에서 1조7000억원, 자동차보험에서 1조원이 넘는 적자를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올해 들어 보험료가 두 차례나 올랐지만 정비공임이 오르고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등에 따른 필요 인상분을 모두 가져가진 못했다. 실손보험은 이른바 문재인 케어의 역효과에 직면하고 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로 의료 이용이 잦아진데다 이로 인해 비급여 항목 진료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까지 불거지고 있지만, 정부가 보험료를 제어하면서 손실이 불고 있다.

이런 일련의 추세는 소비자들에게도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 있다. 손실을 나누는 보험 사업의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면, 보험사의 수익 악화는 수면 아래서 전반적인 보험료를 끌어 올리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이는 삼성화재의 경영 난황에 더욱 시선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화재는 단연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자산을 가진 손보사다. 그 만큼 고객이 많다는 뜻이다. 삼성화재의 올해 9월 말 자산은 85조2538억원에 이른다. 이어 손보업계 2위권에 자리하고 있는 DB손보(55조2361억원)나 현대해상(46조8129억원)보다 30조~40조원 가량 많은 액수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국내 영업 확대가 한계에 봉착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실적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되고 있다"며 "이런 와중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투자 여건이 나빠지면서 보험사들의 경영난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손실을 나누는 보험 사업의 구조 상 자칫 고객들에게 잠재적 비용 부담이 전이될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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