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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 직전 원전산업-상] ‘원전 두뇌’ 다 떠난다…탈원전, 이미 시작됐다


입력 2019.12.02 06:00 수정 2019.12.02 20:32        조재학 기자

원자력 전공 학생 중 복수전공‧중도포기자 늘어나

한수원‧한전기술 등 원전 3개 기업 자발적 퇴사자↑

“원전 전문 인력 줄어들어 원전 경제성 상실 우려”

원자력 전공 학생 중 복수전공‧중도포기자 늘어나
한수원‧한전기술 등 원전 3개 기업 자발적 퇴사자↑
“원전 전문 인력 줄어들어 원전 경제성 상실 우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 국가를 선언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 국가를 선언했다.ⓒ청와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파열음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60년간 진행되는 장기 정책이라는 정부 주장과 달리 원자력계 전반에 걸쳐 악영향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 결정으로 원전 기가재 업체는 수주절벽에 맞닥뜨릴 위기에 처했다. 또 정부가 탈원전 선포를 하면서 우수한 인재 유입은 고사하고 전문 인력도 엑소더스(Exodus‧탈출) 조짐을 보이는 상황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예정지인 경북 울진군은 건설 재개를 요청하는 등 정부 정책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부는 해외 원전 수출과 원전 해체 사업 육성 등을 제시했으나, 풍전등화인 원자력 산업계에 뾰족한 해법이 되지 못한다. 본지는 3회에 걸쳐 탈원전 정책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합리적인 에너지정책에 대해 짚어본다.<편집자주>



“전공 학생들이 떠나고 원전 기자재 공장이 문을 닫는데 이게 탈원전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우수 인력이 유출되고,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백지화로 원전 기자재업체가 일감절벽에 내몰리는 가운데 탈원전은 이미 시작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으로 간판을 갈아달고 탈원전 정책이 60년간 장기간에 걸쳐 점진적으로 원전비중을 축소하는 ‘감원전 정책’이라고 주장하지만, 원자력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기존에 가동 중인 원전 수는 차츰 줄어들지만, 원자력 산업 생태계는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어서다.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자력 산업계에 잿빛 그림자가 짙어지자 원자력 전공 학생 수가 쪼그라들고 있다. 원자력계의 현재는 물론 미래마저 앗아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카이스트 1학년생 중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를 선택한 학생은 단 4명에 불과했다. 예년 20명 수준과 비교하면 크게 줄어든 수치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2017년 9명, 지난해 5명에 이어 또 다시 감소한 것이다.

앞서 한국원자력학회는 지난 6월 정부의 탈원전 선포 이후 인력 확보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원자력 생태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원자력학회에 따르면 전국 18개 대학에서 원자력 전공 학생이 복수전공이나 중도포기를 결정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났다. 2017년 20명이던 복수전공자가 지난해 58명으로 껑충 뛰었다. 중도포기자도 2017년 34명에서 56명으로 증가했다. 복수전공자의 경우 한양대(6명→44명)에서 대폭 늘어났고, 중도포기자는 서울대(3→8명)에서 많이 발생했다.

학부 신입생도 2017년 586명에서 지난해 530명, 올해 489명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대전역 앞에서 진행한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서명 운동 모습.ⓒ연합뉴스 대전역 앞에서 진행한 녹색원자력학생연대 서명 운동 모습.ⓒ연합뉴스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한국전력기술 등 주요 원전 공기업에서도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들 3개 기업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자발적 퇴사 인원은 총 91명으로 집계됐다. 한수원은 63명, 한전KPS는 20명, 한전기술은 8명이 그만뒀다.

특히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264명이 회사를 떠났는데, 직전 2년인 2015~2016년(170명)과 비교하면 55.3% 늘어난 수치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직격탄을 맞은 두산중공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로, 증기발생기 등 원전 주기기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납품해왔다. 탈원전 정책으로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6기 건설 계획이 백지화됨에 따라 원전 부문 공장 가동률은 2017년 100%에서 지난해 82%, 올해는 5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정기인사에서 임원 수를 20% 감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22일 전체 임원 65명 중 13명에게 퇴사를 통보했다. 이번 인사로 두산중공업 임원 수는 2016년 124명에서 3년 만에 절반 아래인 52명으로 줄어들었다.

고용상황도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이 2016년 2325명에서 올해 1897명으로, 약 18% 줄었다. 정년퇴직으로 조합원이 줄어들고 퇴직인원 만큼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또 올해 일시적으로 전 직원 6000여명 가운데 과장급 이상 2400여명에 대해 유급 순환 휴직을 시행하는 한편 계열사 전출 등 인력 효율화 작업을 단행하기도 했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 “두산중공업 사무직은 다른 계열사로 전출돼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엔지니어들은 그렇지 못해 원자력 전문 인력이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10~15년 후 원전 생태계가 무너져버리면 우리나라 원전기술의 최대 장점인 경제성이 상실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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