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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먼저 올려달라는 식약처 심사수수료…“전문성 제고에 써달라”


입력 2019.11.04 06:00 수정 2019.11.04 05:51        이은정 기자

식약처 허가심사 1건당 수수료 682만원

낮은 수수료에 전문인력 충원할 재원 부족

식약처 허가심사 1건당 수수료 682만원
낮은 수수료에 전문인력 충원할 재원 부족


기업들로부터 심사 당국이 받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인상해 이를 전문인력 투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로부터 심사 당국이 받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인상해 이를 전문인력 투입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연합뉴스

식약처의 낮은 허가심사 수수료가 바이오 업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업들로부터 심사 당국이 받는 허가심사 수수료를 인상해서라도 전문인력 투입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비용 절감이 중요한 기업이 오히려 돈을 더 내놓겠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4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허가를 받기 위해 식약처에 내야하는 심사 수수료는 682만원이다. 미국의 허가심사 수수료가 34억3444만원, 유럽식약처(EMA)이 4억3000만원, 일본 식약처(PMDA)가 5억800만원인 것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식약처의 낮은 수수료로는 심사인력 확충을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렵고, 결국 심사 속도가 더뎌지는데다 정확도도 낮아진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현재 식약처가 확보하고 있는 심사전문인력은 176명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 FDA는 8398명, 유럽 식약처는 4000여명, 일본 식약처는 561명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 심사인력은 품목당 5명으로, 미국(40~45명)의 10% 정도다. 이마저도 심사인력 중 의사는 13명에 불과하다. 미국 FDA 심사인력 중 의사는 500여명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식약처 대신 미국행을 선택하는 '식약처 패싱'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보다 400배나 비싼 심사 수수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정확성과 빠른 속도가 보장되는 미국 FDA를 택하는 것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에 임상시험을 신청하면 시작하는 데만 6개월이 넘게 걸린다"며 "일분일초가 아까운 기업들 입장에서는 돈이 많이 들더라도 한 달이면 임상 개시 여부를 알려주는 FDA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브릿지바이오·지놈앤컴퍼니 등 다수의 바이오기업이 한국 대신 미국에서 임상 시험에 착수했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FDA 품목허가 승인을 목전에 둔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국내에서 임상 1상도 마치지 않았다.

한편, 식약처는 의약품·의료기기 심사인력을 현재 350명에서 3년 내에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동희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조정관은 "600만원 수준의 수수료를 기업이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인상해 외부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공무원을 추가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에 대해 주요 메이저 기업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규모가 큰 바이오 기업들은 “식약처에 돈을 더 내더라도 빠르고 정확한 심사를 받고 싶다”는 입장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식약처에 돈을 더 내더라도 빠르고 정확한 심사를 받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중소제약사들은 “허가심사 수수료 인상은 결국 비용 부담으로 돌아와 규모가 작은 회사들의 신약 개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토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 수수료를 인상해서라도 심사 기간을 단축하고 전문성을 높이는 건 업계 모두가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다만 우리나라도 캐나다처럼 의약품 허가심사 수수료를 인상하되 100명 미만 중소기업들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감면해주는 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eu@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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