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말한다] 지상파 1주일내내 사극 프로그램 강세
볼 것 없던 추석특집, 예능 프로그램의 잇단 설화와 자질 논란
고구려에서 조선까지, 1주일 내내 사극천하
최근 안방극장은 그야말로 사극 전성시대다. 월화극 <이산>(MBC)과 <왕과 나>(SBS), 수목극 <태왕사신기>(MBC), 주말극 <대조영>(KBS)에 이르기까지 금요일을 제외하면 1주일 내내 사극천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상파와 케이블에서의 재방송까지 합치면 한주에만 무려 40시간 가까이 사극이 전파를 독점하고 있다.
지난주는 추석 시즌과 겹치며 정규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이 공통적으로 하락세를 기록했지만 가족드라마와 시대극의 성적은 꾸준했다. TNS 미디어리서치 조사결과 <대조영>(31.2%)과 <태왕사신기>(27.0%)가 1,2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이어 <며느리 전성시대>(26.8%)와 <미우가 고우나>(24.0%. KBS)까지 상위권을 모두 드라마가 차지했다.
사극의 호황과는 대조적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트렌디 드라마의 침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MBC) 종영 이후, 지난주 시청률 20위권 이내에 이름을 올린 트렌디 드라마는 단 한편도 없었다. 드라마 시장이 지나치게 특정 장르 위주로 편중되는 것에 대하여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 시대극에서 두드러지는 과도한 영웅주의, 민족주의 경향, 극적 구성을 빙자한 역사왜곡에 대한 우려는 단순히 시청률의 인기로만 평가할 수 없는 드라마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드러내준다.
추석 연휴…영화는 최신, 특집은 복고가 대세?
예년과 달리 최대 열흘까지 이어졌던 황금 같은 추석연휴. 올해도 안방극장에서는 풍성한 특집 프로그램과 신작 영화의 향연이 이어졌다. 올해 라인업에는 추석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성룡표 영화처럼 ‘뻔한’ 메뉴의 ‘재탕 영화’들이 대폭 줄어든 대신, 개봉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최신작들이 대거 선보였다.
SBS에서 방영한 <미녀는 괴로워>(21.7%)와 KBS<괴물>(20.1%) 등은 20%대를 넘는 시청률로 정규편성 프로그램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복면 달호>, <타짜>, <가문의 위기>, <투사부일체> 등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케이블 TV와 인터넷의 발달로 대중이 최신작을 접하는 속도가 빨라진데서 유래한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방송사별 특집 프로그램은 복고가 주류를 이루었다. 명절 때면 선보이는 마술쇼나 폭소가요제, 트로트 가요제등은 올해도 변함없이 안방극장을 찾아왔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시청률은 저조했던 편. 방송가가 자체 제작한 추석특집 프로그램 중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프로그램은 MBC의 <슈퍼매직쇼 내 눈을 믿을 수 없다>(15.8%) 하나뿐이었다..
왕년의 인기 정규프로그램에서 이제는 명절용 특집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듯한 <쟁반노래방>, ‘사랑의 스튜디오’를 패러디한 아나운서와 연예인의 미팅 프로그램 <러브러브 스튜디오> 등이 그나마 괜찮은 반응을 이끌어냈지만, 대부분 프로그램에서 일부 연예인들의 지나친 중복출연과 낡은 포맷의 재탕은 시청자들에게 식상하다는 빈축을 사야했다.
또한 <미녀들의 수다>(KBS)의 추석특집 버전으로 편성된 <미남들의 수다>는 출연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한국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도마에 오르며 추석특집 프로그램 중 ‘최악의 평가’를 받아야했다.
불쾌한 웃음을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
최근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는 ‘노이즈 마케팅’이다. 방송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출연자들의 부적절한 언행과 선정적인 설정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일어난다. 마치 누가 막말을 자연스럽게 하고 얼마나 선정적인지 케이블과 경쟁이라도 하려는 듯 싶다.
솔직함을 빙자한 무례함, 웃음을 핑계로 소재 고갈과 저속함마저 정당화시키는 것이 요즘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현주소다. 예의와 매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다 결정적으로 큰 웃음도 주지 못하는 예능프로그램은 과연 출연자의 잘못인가, 아니면 제작진의 편집능력과 아이디어 부족일까.
최근 새롭게 등장한 <라인업>(SBS)은 첫 회부터 몰래카메라를 통해 출연자들의 속내를 들쳐보는 ‘이간질 방송’으로 논란을 일으키더니, 2회에서는 수산시장에서 노동을 하는 것을 ‘지옥’으로 묘사하여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황금어장 - 라디오 스타>(MBC)는 아예 출연자들 간 인신공격과 저속한 막말이 오가는 난장판 방송을 고유의 콘셉트로 내세운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MBC)는 요즘 ‘버라이어티계의 막장’이 되어가고 있는 분위기다. 작위적이고 선정적인 설정으로 매번 논란이 끊이지 않는 ‘몰래카메라’, 경제정보는 이제 뒷전이고 연예인의 명품자랑으로 전락해버린 ‘경제야 놀자’ 등을 거듭된 비판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강행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그나마 무난하던 ‘동안클럽’마저 지난주 상하이 해외촬영에서 ‘중국 비하’ 파문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화룡점정을 찍었다.
예능가 선두를 기록 중인 <무한도전>도 ‘정준하 파동’으로 후유증을 치르고 있다. 지난 ‘일본편’에서 드러나듯, 웃음을 위한 설정에도 불구하고 유독 특정 출연자에게만 지나친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은 가혹한 면도 없지 않지만, 문제의 본질은 네티즌과 언론의 특정 ‘연예인 죽이기’에 앞서 무분별한 ‘제 식구 감싸기’로 문제를 악화시킨 방송사와 제작진의 안일함에 원인이 있다. 이영자에서 정준하에 이르기까지. 잘못의 수위 자체보다 ‘거짓말’을 가볍게 여기는 연예인들과 방송계의 풍토에 시청자들은 그리 관대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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