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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가운뎃손가락 든 김비오, 손가락질 받는 KPGA


입력 2019.10.26 07:00 수정 2019.10.26 07:18        데일리안 스포츠 = 김태훈 기자

여론 눈치 보며 중징계 던지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경감 ‘실소’

대중적 여론 못 읽는 KPGA 경감 발표 시기에 “무능력” 지적 잇따라

여론 눈치 보며 중징계 던지고 한 달도 되지 않아 경감 ‘실소’
대중적 여론 못 읽는 KPGA 경감 발표 시기에 “무능력” 지적


초유의 손가락 욕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비오가 지난 1일 상벌위원회를 마치고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 연합뉴스 초유의 손가락 욕으로 물의를 일으킨 김비오가 지난 1일 상벌위원회를 마치고 무릎을 꿇으며 사죄했다. ⓒ 연합뉴스

김비오(29)가 가운뎃손가락을 들며 일으킨 파장은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손가락질 받는 국면까지 불러왔다.

KPGA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상벌위원회(1일)서 결정된 김비오에 대한 자격정지 3년 징계를 출전정지 1년으로 경감하고 봉사활동 120시간을 부여했다. 벌금은 상한액 1000만원을 유지했다. 이사회는 "김비오 선수가 모든 사항을 인정하고 충분히 반성하며 뉘우치고 있다는 점을 참작했다"며 징계 경감 사유를 설명했다.

성급하게 중징계를 부과한 지 한 달도 경과하지 않은 시점에 돌연 징계 수위를 대폭 낮춘 KPGA 행정에 실소가 터져 나온다. 스스로 상벌위원회 권위를 훼손하고 끌어내렸다.

무릎까지 꿇고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사죄한 김비오가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한 것도 아닌데 KPGA는 갑자기 징계 강도를 대폭 낮췄다.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보다 경솔한 행정 처분을 내렸다는 것을 자인한 모양새다.

징계 경감 자체에 대해 공감의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갤러리를 향한 손가락 욕설에는 중징계가 마땅하지만, KPGA가 내린 징계의 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은 있었다. 선수에게 3년 자격정지를 부과하는 것은 선수 생명을 끊겠다는 의미다. 가뜩이나 인기 없는 한국 남자골프에서 ‘스타’ 김비오를 잃는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김비오는 2011년 역대 한국 선수 최연소로 미국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남자골프에 몇 안 되는 스타다.

김비오는 2011년 역대 한국 선수 최연소로 미국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남자골프에 몇 안 되는 스타다. ⓒ 뉴시스 김비오는 2011년 역대 한국 선수 최연소로 미국 PGA투어에 진출한 한국 남자골프에 몇 안 되는 스타다. ⓒ 뉴시스

섣부른 징계 수위 결정에 이어 판단을 뒤집으며 신뢰도 하락을 자초한 KPGA가 여론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기관이라면 경감 조치를 발표할 때라도 신중했어야 했다. 진심이 느껴지는 반성과 자숙하는 김비오의 모습이 자주 드러나면서 팬들 사이에서 경감의 공감대가 형성되는 시점을 기다려야 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경감 결정을 내린 것을 보면, 팬 보다 내부적 문제에 더 귀를 기울인 것이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가능하게 한다. 팬이 있어야 존속이 가능한 프로 세계에서 팬심을 파악하지 못하는 KPGA의 무능은 왜 KPGA가 현재 인기가 없고, 미래 또한 밝아 보이지 않는지 알 수 있게 한다.

KPGA는 ‘김비오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갤러리 문화 개선을 위한 노력과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들의 인성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KPGA가 과연 그것을 해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와 달리 조명 받지 못하던 KPGA가 이런 문제로 주목받는 현실이 못내 씁쓸하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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