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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옥죄는 규제-5] 원전기업 줄도산 위기‧한전 적자 수렁…탈원전 폐해


입력 2019.10.04 06:00 수정 2019.10.03 20:33        조재학 기자

文 정부, 탈원전 정책 강행…신규 원전 백지화

원전업계, 일감절벽 직면…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文 정부, 탈원전 정책 강행…신규 원전 백지화
원전업계, 일감절벽 직면…산업생태계 붕괴 우려


지난 7월 18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서명 5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에 참석자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데일리안 지난 7월 18일 오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 앞에서 열린 ‘탈원전 반대 서명 50만 돌파 국민보고대회’에 참석자들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있다.ⓒ데일리안

“잘 지내겠습니까?”

서울에 위치한 원전업체 관계자는 최근 근황에 대해 이 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최한 원전 주기기 제작 협력사 상생간담회에서 원전기자재 업체 대표에게 안부를 물으니 ‘잘 지내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며 “그 자리에 모인 협력사 관계자들은 ‘업계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원전 건설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원자력산업계는 ‘날벼락’을 맞았다. 문재인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신규 원전 8기 백지화와 노후 원전 수명연장 불허,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골자로 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였다.

원자력산업계는 이 중 신규 원전 백지화에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신규 발주를 기대할 수 없어서다.

공론화 끝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됐으나, 국내 마지막 원전인 신고리 6호기 건설이 끝나면 일감절벽에 부닥친다. 정부는 원전 유지보수 등을 통해 원전생태계 붕괴를 막는다는 방침이지만, 신규 원전 건설시 발주되는 물량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 국가를 선언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출범 첫 해인 2017년 6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고리 1호기의 가동 영구정지는 탈핵국가로 가는 출발”이라며 ‘탈원전’ 국가를 선언했다.ⓒ청와대

원자력산업 특성상 수주절벽은 업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원자력산업은 다품종 소량의 고품질 기자재를 생산하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하기 때문이다.

2017년 원자력산업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소 협력사 비중이 93%에 달한다. 실제로 원전 2기 건설시 참여업체수는 대기업이 7개인 반면 중소협력사는 1993개로, 중소협력사가 절대 다수다. 투입인원도 중소협력사 인력 비중이 90%에 이른다.

이 때문에 ‘보릿고개’를 넘기 어려운 중소협력업체부터 차례로 공장문을 닫기 시작하면 원자력 산업생태계도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우리나라가 사우디 원전을 수주한다고 가정해도 실제 기자재 납품은 신고리 6호기 납품이 끝나고 4~5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산업계 안팎에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돼 지난 2012년 12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두산중공업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증기발생기.ⓒ두산중공업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돼 지난 2012년 12월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된 두산중공업의 상업용 원자력발전소 증기발생기.ⓒ두산중공업

대기업인 두산중공업도 탈원전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원전 주기기를 제작하는 두산중공업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임직원 3000명이 2개월씩 50%의 급여만 받고 순환휴직을 실시했다.

두산중공업 고용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이 2016년 2325명에서 올해 1897명으로, 약 18% 줄었다. 정년퇴직으로 조합원이 줄어들고 퇴직인원 만큼의 채용이 이뤄지지 않아 조합원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의 설명이다.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별도기준 2012년 7조9000억원에 달하던 매출이 지난해 4조1000억원대로 떨어졌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500억원에서 1800억원대로 급격히 줄었다. 올 상반기 별도기준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0.6% 줄어든 138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전력도 탈원전을 위시한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멍들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 정부의 에너지 정책 비용을 떠안고 있어서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전의 정책비용은 6조2983억원으로, 2016년과 비교해 33.5%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정책비용만 1조5111억원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전은 208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영업적자를 냈으며, 최근 3분기 연속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재학 기자 (2jh@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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