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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방문 '단골손님'…정권입맛 맞춘 '거물 민원인'?


입력 2019.07.05 04:00 수정 2019.07.05 06:12        이충재 기자

손정의 회장 文대통령 만나…'슈퍼그리드' 논의

90분간 회동 비공개 진행…'AI 발언' 집중 소개

손정의 회장 文대통령 만나…'슈퍼그리드' 논의
90분간 회동 비공개 진행…'AI 발언' 집중 소개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청와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노영민 비서실장,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 이진석 정책조정비서관….

일본에서 건너온 기업인 1명을 만나기 위해 청와대 집현실에 배석한 인물들이다. 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회장을 접견했다. 손 회장은 한국계 일본인으로 일본 최대 정보통신(IT) 투자기업인 소프트뱅크의 창업자다.

이날 우리측 참석자 면면만 봐도 청와대가 손 회장을 얼마나 극진히 대하는지 알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특정 기업 대표를 접견하는 것은 지난 3월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만남 이후 넉달만이다. 당시 청와대측 배석자는 윤도한 국민소통수석, 김애경 해외언론비서관, 정혜승 디지털소통센터장 등이었다.

마법의 孫 '녹색성장' '창조경제' '탈원전' 명분까지

손 회장의 청와대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정권마다 빠짐없이 청와대를 찾은 '단골손님'이다. 무엇보다 정권의 입맛에 맞춘 선물보따리와 함께 자신이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꺼낸 노련한 사업가다.

가장 최근 청와대 방문은 박근혜 정부시절인 2016년 9월이었다. 당시 손 회장은 "신산업분야에서 10년 내 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또 일자리 창출에 협력해 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에 소프트뱅크그룹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원하겠다고 화답했다.

특히 이날 문 대통령과 논의한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손 회장의 오래된 '청와대 민원사항'이다. 동북아 슈퍼그리드는 러시아와 몽골의 풍부한 청정에너지 자원을 한국과 일본으로 연결하는 국가 간 전력망 연계프로젝트로, 우리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그동안 손 회장은 '녹색성장(이명박)', '창조경제(박근혜)' 등과 프로젝트를 접목킨 맞춤형 제안을 내놓는 등 철저히 정권과 코드를 맞췄다. 청와대는 손 회장의 제안에 화답하는 동시에 글로벌 벤처투자의 '큰손'의 방문을 경제성과로 연계시켜 홍보하는 윈윈전략을 취해왔다.

앞서 손 회장은 2012년 6월 당시 일본 도쿄에서 유력대선주자였던 문 대통령을 만나 '슈퍼그리드'를 논의 한 바 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슈퍼그리드가 지속 가능한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원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가기 위한 탈원전을 대선공약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90분 대화내용에 'AI'와 '벤처투자'만 소개한 靑

이날 90분간 만남은 사진촬영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비공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과 손 회장이 나눈 대화는 배석한 고민정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날 청와대가 띄운 키워드는 '인공지능(AI)'과 '벤처투자'였다. 문 대통령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역점을 두고 육성하려는 분야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손 회장에게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제2벤처 붐 가속화를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지 조언'을 부탁했다. 이에 손 회장은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둘째도 인공지능"이라고 했다고 한다. 또 "젊은 기업가들은 열정과 아이디어가 있지만 자금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도록 투자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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