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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스케즈·산토스, 저물어가는 메시·호날두 포스


입력 2019.02.26 07:43 수정 2019.02.26 07:46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객원기자

UFC 헤비급 세대교체 이끌었던 듀오

한 시대 풍미했던 강자들, 세월에 밀려 쇠락

복귀전에서 은가누에 패한 벨라스케즈(자료사진). ⓒ 게티이미지 복귀전에서 은가누에 패한 벨라스케즈(자료사진). ⓒ 게티이미지

UFC 헤비급 케인 벨라스케즈(37·미국)와 주니오르 도스 산토스(35·브라질)는 4~5년 전만 해도 MMA계의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 같은 존재였다.

헤비급에서 ‘천상천하유아독존(벨라스케즈)’, ‘일인지하 만인지상(산토스)’의 포스를 뿜어댔다. 축구에서 메시와 호날두가 그랬듯 헤비급 최상위 영역은 둘만의 경쟁일 뿐이었다.

‘70억분의 1’이라는 수식어는 벨라스케즈가 어떤 파이터인지 보여준다. 2006년 격투 무대에 데뷔한 벨라스케즈는 2009년까지 9연승 행진, 괴물의 탄생을 알렸다.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산토스와의 1차전에서 불의의 한 방을 맞고 무너졌지만, 2~3차전을 잡아내며 다시 연승을 질주했다.

산토스의 예상하지 못한 한 방 외에는 2013년까지 누구도 벨라스케즈를 패퇴시키지 못했다. ‘얼음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를 잇는 인류 최강자로 꼽히기에 손색없는 성적과 포스다. 당시 헤비급 판도는 ‘벨라스케즈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표도르가 그랬듯 벨라스케즈 역시 신장은 크지 않았다. 라이트헤비급 선수보다도 작은 185.42cm에 불과했다. 하지만 옆으로 벌어진 장사형 체격에 완력, 기술, 센스로 단점을 상쇄한다는 점에서 표도르와 비슷했다.

표도르에게 없는 장점도 많았다. 표도르는 탈 헤비급 스피드를 바탕으로 거리를 좁히며 흐름을 잡아가는 스타일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불의의 한 방을 맞거나 테이크다운을 허용하며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도 잦았다. 피부도 약해 가벼운 마찰에도 멍이 들거나 벌겋게 달아올랐다. 결국, 승리를 가져가는 쪽은 표도르였지만 팬들 입장에서는 불안했다.

반면 벨라스케즈는 매우 안정적이었다. 체급 최고 수준의 레슬링을 바탕으로 상대를 압박, 신체조건에서 오는 불리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맷집도 매우 강했다. 대단한 것은 테이크다운, 클린치, 타격 압박을 5라운드 내내 끊임없이 펼치는 무시무시한 체력이다. 표도르가 아슬아슬한 승리가 많았다면 벨라스케즈는 말 그대로 압승이 많았다.

산토스는 ‘최강의 2인자’로 한 시대를 호령했다. 벨라스케즈와의 2,3차전에서 완패하며 최강자 이미지를 굳히지는 못했지만 그 외의 상대들에게는 또 다른 벽으로 악명을 떨쳤다. 당당한 근육질 체구(193.04cm)에서 뿜는 펀치 테크닉을 앞세워 상대들을 옥타곤 바닥에 쓰러뜨렸다.

산토스는 특유의 저돌성을 바탕으로 빠른 핸드 스피드를 살려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하며 쉴 새 없이 돌주먹을 휘둘러댄다. 잽으로 상대를 몰아붙이다가 어퍼컷이나 훅으로 끝내버린다. 맷집도 좋고 웬만한 충격에는 꿈쩍도 하지 않고 반격해 산토스를 향해 카운터를 시도하기도 부담스럽다. 대부분 상대는 그런 상황에서 뒷걸음질 치며 도망가기 바쁘다.

산토스는 큰 체격에도 경쾌하게 스텝을 밟으며 옥타곤을 넓게 쓴다. 원거리에서 탐색전을 하다가 기회가 오면 빠르게 간격을 좁히며 묵직한 주먹을 상대의 안면과 몸통에 꽂는다. 몸놀림이 좋아 중거리, 근거리에서 자유롭게 넉아웃 펀치를 낼 수 있으며 백스텝을 밟고 도망가는 상대를 압박해 깨버리는 화력까지 일품이다.

벨라스케즈와 한 시대 풍미했던 산토스(왼쪽). ⓒ 게티이미지 벨라스케즈와 한 시대 풍미했던 산토스(왼쪽). ⓒ 게티이미지

산토스의 최대장점 중 하나는 최고 수준의 테이크다운 디펜스.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스텝이 날렵하다. 거리 감각도 좋고 그래플링 이해도까지 갖춰 좀처럼 테이크다운을 허용하지 않는다. 접근전을 허용하지도 않거니와 클린치 상황에서 그립을 잡혀도 완력으로 뜯어 버리기 일쑤다.

넘어져도 빠르게 힘으로 밀어내며 일어나는 데도 능하다. 때문에 많은 그래플러들과 싸우면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영역에서 끌어갈 수 있었다. 한창 때 벨라스케즈 역시 산토스를 눕혀놓고 압박하는 플레이를 포기하고 더티복싱으로 승부를 봤을 정도다.

흐르는 시간 앞에 장사는 없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벨라스케즈와 산토스의 포스는 예전에 비해 확 꺾인 것이 사실이다. 최근 벨라스케즈는 '랭킹 3위' 프란시스 은가누(33·카메룬)와 가졌던 2년 7개월 만의 복귀전에서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벨라스케즈는 근래 들어 ‘사이버 파이터’로 불리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은가누전 포함 2013년부터 지금까지 고작 5경기 소화했을 뿐이다. 고질적인 부상이 원인이었는데 은가누전에서도 고배를 들어 기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말았다. 이제 벨라스케즈는 더 이상 헤비급 판도를 뒤흔들 거물로 평가받지 못하게 됐다.

산토스 역시 마찬가지다. 벨라스케즈같은 심각한 공백기는 없었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패하며 강력했던 이미지는 사라졌다. 알리스타 오브레임, 스티페 미오치치 등 상위권 경쟁자들에게 넉 아웃으로 경기를 내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산토스는 오는 3월 미국 캔자스시티에서 열리는 UFC Fight Night 146 ‘루이스 vs 도스 산토스’에서 데릭 루이스(34·미국)와 격돌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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