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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경호실장'으로 전락한 여당 원내대표…"절박해보여 민망"


입력 2018.12.31 18:01 수정 2018.12.31 18:13        정도원 고수정 이유림 기자

의원 마이크는 끄고 임종석·조국엔 답변 기회

조국 인사참사 책임론 나오자 "질의 말라" 제지

野 "필사적, 절박해보여 민망" 심기경호 '디스'

의원 마이크는 끄고 임종석·조국엔 답변 기회
조국 인사참사 책임론 나오자 "질의 말라" 제지
野 "필사적, 절박해보여 민망" 심기경호 '디스'


국회는 31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한 가운데,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상 규명을 시도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회는 31일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한 가운데,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상 규명을 시도했다. 국회 운영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개의를 선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집권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청와대의 '심기경호'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청와대를 피감기관으로 하는 운영위원회는 31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이 출석한 가운데, 청와대 민간인 사찰 의혹의 진상 규명을 시도하는 자리였다.

집권여당 원내대표로 국회 운영위원장을 맡은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사진행발언과 자료제출요구로 여야 간에 '기싸움'이 오갈 때부터 '與편향 논란'을 일으킬 진행을 보였다.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 진상조사단장을 맡고 있는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의 자료제출요구 도중, 홍 원내대표는 질의 때 하면 충분하다며 "마이크를 끄라"고 지시하는 등 고압적인 태도로 동료 의원들의 기선 제압을 시도했다.

강효상 한국당 의원이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로 불거진 KT&G 인사 개입 의혹을 추궁하자, 임종석 실장은 "지난해말과 올해초에 민영화된 공기업에서 일제히 '셀프연임'을 진행했다"며 "정부가 갖고 있는 지분을 활용해 '견제장치'를 만들지 논의했다"고 발언했다.

그러자 홍 원내대표는 질의가 끝난 뒤 별도로 임 실장에게 "'셀프연임'을 했다는 게 포스코·KT·KT&G"라고 굳이 사례를 들어 부연설명하며 뒷받침을 해줬다.

이에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홍 원내대표를 향해 "어느 어느 기관장이라며 예를 들어 답변을 유도하면서 회의 운영을 편파적으로 하고 있다"며 "임 실장에게 질의했는데 조국 수석까지 보충답변을 하도록 시키는 등 의원의 시간에는 인색하고 청와대의 변명을 듣는 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성토했다.

카운터파트너인 제1야당 원내대표의 지적에 홍 원내대표는 "앞으로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의 답변)은 압축적으로 해서 효율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지만, 이후에도 논란이 될만한 회의 운영은 끊이지 않았다.

이만희 한국당 의원은 이날 질의 도중 "환경부에서 (산하기관장을) 한 명도 그만두라고 한 적이 없다며 임기를 존중한다고 했느냐"며, 기습적으로 김정수 전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본부장의 녹취를 틀었다.

김 전 본부장은 녹취에서 "환경부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전문가로서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로, 지난해 8월 30일 지속적 괴롭힘과 인격 모독, 허위사실 유포로 정든 직장을 떠났다"며 "문재인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사퇴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환경으로, 지금도 그 때의 충격으로 약을 먹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한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러자 홍영표 원내대표는 "환노위에 7년 있어서 잘 안다"며 "말하기 시작하면 말할 게 많다"는 식으로, 자신이 나서서 녹취진술의 신빙성을 간접적으로 훼손했다.

전희경 한국당 의원은 조국 수석을 향한 질의 도중 "특감반 사태 이전에 조국 수석은 인사검증의 총책임자"라며 "조국 수석 임명 이후 낙마자가 많고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임명된 인사가 많다는 것에 책임을 통감하느냐"고 따져물었다.

이 때에도 홍 원내대표는 조 수석이 답변할 틈도 없이 끼어들어 "오늘은 특감반원에 대한 질의"라며 "의제에 벗어난 발언은 하지 말라"고 직접 개별 의원의 질의를 제지하는 이례적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전희경 의원은 "(홍 원내대표가) 필사적이고 절박해보인다"며 "참 뵙기 민망하다는 말을 위원장에게 드린다"고, 출석 청와대 실세들의 '심기경호'에 전심전력하는 모습을 꼬집었다.

이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운영위 출석이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하며, 마치 대통령이 국회에 시혜를 베풀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은 운영위가 개회하자마자 "민정수석이 나오는 운영위를 할 것이라고 한국당은 생각이나 했느냐"며 "대통령의 결단으로 민정수석이 나왔다"고 추어올렸다. 신동근 의원은 "우리가 결단해서 민정수석이 나왔는데 (자유한국당이) 후안무치하다"고 공박하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도 혈세에서 국록을 받는 공복(公僕)인 이상 납세자들의 대표인 국회가 부르면 백 번이라도 출석하는 것이 당연한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국회 출석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민주당 의원들이 여당으로 입장이 바뀌었다고 '조국 민정수석의 출석은 문 대통령의 결단'이라고 칭송하는 것은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대통령의 결단은 운영위 출석이 결단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지는 게 결단"이라고, 임종석 실장과 조국 수석의 경질을 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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