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를 석 달째 시행 중인 가운데 건설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사진은 한 건설현장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 A대형건설사는 최근 건설현장에 숙련공의 수가 줄어들어 고민이 깊다. 주 52시간 근무제로 임금이 감소하자 숙련된 인력들이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지 않는 현장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기 때문이다. 빈자리를 초보나 외국인 근로자들로 채울 수 밖에 없어 건축물의 품질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 한 건설현장에서는 주 52시간 근무제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 건설현장에는 B, C 두 건설업체가 공사 중인데 B업체는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받지만, C업체는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동일한 현장에서 두 업체 간 근로시간이 다른 상황이 벌어지자 근로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난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의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를 석 달째 시행 중인 가운데 건설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들린다.
건설업체들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불가피한 공사기간 연장이나 공사비 증액 문제뿐만 아니라, 동일한 건설사나 건설현장에서조차 근로시간이 달라 혼란을 빚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현실을 반영한 적절한 제도가 정착하기 까지 지금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5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12개 대형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실제 건설현장에서는 크게 5가지의 애로사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세부 지침 부재 ▲품질 저하 및 안전관리 공백 우려 ▲근로자 관리의 문제 발생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 기간의 부족 ▲해외공사 진행의 어려움 등이 해당한다.
정부 세부 지침 부재의 경우 지난 6월 기획재정부에서 ‘근로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계약업무 처리지침’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공사현장의 비용이나 발주 예정 공사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어 시공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임금 감소에 따른 숙련공들의 이탈 문제와 건설업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탄력근무제의 단위 기간 설정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한 건설사 내에서도 본사 직원과 현장에 파견된 직원 간에 상이한 근로시간으로 불화감이 조장되는 분위기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본사 직원들의 경우 셧다운제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현장에 나와 있는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근무 외 시간에도 어쩔 수 없이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토로했다.
한편 우리나라보다 약 1년 먼저 근로시간 단축을 도입한 일본은 이에 따른 업무 효율성 제고 방안에 고민이 많은 상태다. 다만 건설업의 경우 5년의 유예기간을 뒀는데, 이 시간동안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중이다.
최은정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업체 입장에서 공사비나 노무비도 문제지만 지금 당장 숙련된 인력 확보가 상당히 중요한 이슈다”라며 “생산성이나 품질 저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근로시간 단축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거부할 수 없으며, 특히 젊은 인력을 건설업종으로 유인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책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업체별로 제도를 적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장별로 적용해 우수한 선례를 만드는 작업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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