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 위법영업 점입가경…열흘에 하루 꼴 징계

부광우 기자

입력 2018.04.20 06:00  수정 2018.04.20 06:07

고객 피해 알면서도 상품 갈아타기 유도…보험료 유용까지

불완전판매 악영향 우려…"판매인도 책임 져야" 지적 확산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영업을 벌이는 보험대리점들과 소속 설계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이어지고 있다(자료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무리하게 영업을 벌이는 보험대리점들과 소속 설계사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징계가 속출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올해 들어서만 평균 열흘에 한 건 이상 업무정지나 과태료 처분이 나오고 있을 정도다. 보험대리점들이 불완전판매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험사뿐 아니라 상품 판매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금감원 보험영업검사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보험대리점이나 해당 지점 설계사들에게 내려진 제재는 총 12건이다.

이들은 소비자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상품을 갈아타도록 하거나 심지어 가입자 몰래 자신들이 서명을 대신해 가면서까지 상품을 팔아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고객들에게 받은 보험료를 엉뚱한 곳에 사적으로 돌려쓰던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되기도 했다.

티엠아이넷 보험대리점은 고객이 기존에 가입한 보험을 해약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보험 계약을 맺으면 해약환급금이 일부만 지급돼 금전적인 손실을 볼 수 있음을 알면서도, 소비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파는 상품으로 계약을 옮기도록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상품의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설명하면서까지 계약 이전을 유도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 달 해당 보험대리점에 신계약 모집 정지 90일과 1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했다.

대현인스㈜ 보험대리점의 경우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 일부 고객의 자필 서명을 받지 않고 자신이 이를 대신해 보험계약을 모집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런 조사 내용을 지난 달 대현인스㈜ 보험대리점에 통보하고 기관에 대해서는 30일의 신계약 모집 정지와 과태료 6580만원을, 관련 설계사에게는 1310만원의 과태료 부과를 건의하기로 했다.

㈜현대인스오션 보험대리점 역시 상품의 실제 명의인의 동의 없이 계약을 모집하다 회사와 설계사 모두 과태료를 물게 됐다. 또 보험업법 상 같은 보험사와 모집에 관한 위탁계약이 체결된 다른 보험대리점이나 소속 보험설계사에 대한 경우 등 이외에는 타인에게 모집에 관한 수수료를 지급해서는 안 됨에도 ㈜전략기업 보험대리점과 ㈜새롬 보험대리점은 이를 어겨 과태료를 물게 됐다.

지난 2월에는 보험업법에서 정하고 있는 범위를 넘어 고객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유용한 설계사들에게 대거 금감원의 제재를 받는 일도 있었다. 이에 따라 ▲프라임에셋㈜ ▲지에이코리아㈜ ▲메가㈜ ▲퍼스트에셋㈜ ▲에이아이지어드바이저㈜ ▲리더스웨이㈜ ▲이플러스㈜ 등 7개 보험대리점에 속한 설계사 9명의 등록이 취소됐다.

보험대리점들의 위태로운 영업 실태를 둘러싼 우려가 증폭되는 이유는 이들이 보험 판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상당해서다. 특이 이런 모습은 손해보험업계에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거둔 원수보험료 가운데 가장 많은 42.2%가 대리점 판매 채널에서 나왔다. 이어 ▲설계사 26.6% ▲임직원 21.7% ▲방카슈랑스 8.2% ▲중개사 1.1% ▲공동인수 0.2% 등 순이었다.

이 같은 보험대리점들의 중심에는 점차 대형화하고 있는 독립법인대리점(GA)이 자리하고 있다. GA는 한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보험사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판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보험사의 동종 상품을 비교해 보고 가입을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GA들 역시 일반 보험대리점들과 마찬가지로 무리한 영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다른 판매 채널에 비해 GA에서 불완전판매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런 현실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GA 채널의 불완전판매율은 0.20%로 모든 판매 영역 중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전속 설계사는 0.13%, 방카슈랑스는 0.04%에 그쳤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설계사들도 GA 소속이 많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성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4~2016년 보험사기 피해액의 52.8%가 GA에서 일하는 설계사들과 연관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에서는 GA들이 불완전판매에 어떤 책임도 지고 있지 않은 현실이 이런 악영향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험업은 누가 계약을 모집했더라도 불완전판매로 인한 계약자의 손해는 1차적으로 보험사가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GA들에게 이를 맡길 경우 소비자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지만, 이제는 GA의 정치와 시장 지배력이 커진 만큼 이에 걸맞은 책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다.

특히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보험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1월 취임 후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1977년 제정된 보험업법에 따라 불완전판매에 따른 민원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모두 배상하고 있다"며 "설계사가 500명이 넘는 GA가 50개가 넘는 상황에서 불완전판매에 따른 피해보상 문제에 이들도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있어야 설계사 관리를 하지 않겠나"고 꼬집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독일이나 호주,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보험 모집인에 상담이나 설명의무 등과 함께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까지 함께 주고 있다"며 "보험 판매채널의 건전성을 강화하고 신뢰도를 높이려면 대형 GA에 대해서도 시장 지위에 걸맞은 합당한 판매자 책임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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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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