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긴급점검-①] '공급과잉=부실공사' 예고된 공식인가?

박민 기자

입력 2017.08.31 06:00  수정 2017.09.01 08:57

경기도 내 아파트 하자민원 빗발쳐…공사기간 짧아 부실공사 이어져

지난 2년간 100만 가구 '공급 과잉'…입주 초기 하자민원 급증 우려

지난 1960년대 초 아파트가 처음 공급된 이후 반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국내 주거 문화는 '아파트 일변도'로 발전해왔다. 건설 기술 발달로 공정 속도는 빨라지고, 첨단 특화기술이 적용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반면 고질적인 병폐로 지목되는 '부실공사'는 쉽사리 근절되지 않고 있다. 총 3회에 걸쳐 아파트 부실공사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짚어보고 정부차원의 대책과 해결방안에 대해 점검해 본다.<편집자>



신축 아파트 단지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최근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그야말로 '부실 폭탄'이 터져 다시금 아파트 하자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됐다. 지난 2년간 부동산 경기 호황을 타며 100만가구 이상의 단지가 공급돼 앞으로 입주 물량이 대거 쏟아질 예정이어서 하자에 대한 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31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내년 말까지 전국의 입주 예정 단지는 총 60만 가구에 달한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22만3041가구로 가장 많다. 이어 경남(4만8954가구), 서울(4만357가구), 인천(3만4088가구), 충남(3만2425가구), 경북(3만1596가구) 등의 순이다.

특히 입주물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는 화성시가 3만651가구로 압도적이다. 이어 용인시(2만97가구), 시흥시(1만8662가구), 김포시(1만6268가구), 평택시(1만3512가구), 수원시(1만2463가구), 하남시(1만2196가구), 파주시(1만1031가구) 등도 1만 가구 넘게 집중돼 있다.

이처럼 입주물량이 급증한 이유는 지난 2년간 부동산 경기가 호황을 누리며 공급물량이 대거 늘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사상 최대 수준인 51만가구가 공급됐고, 다음해인 2016년도 이에 못지 않게 49만 가구가 공급된 데서 비롯된다. 이는 국토교통부의 중장기(2013~2022년) 아파트 공급계획인 연 평균 27만 가구보다 각각 20만 가구 넘게 많다.

문제는 이같은 '공급 과잉' 탓에 올해 하반기부터 후년까지 '입주 폭탄'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실공사'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일시에 건설현장이 몰리면서 공사인력 및 자재 수급여건 등으로 공사품질이 저하돼 결국 부실공사 이어진 것으로 보여진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3년간 건설현장이 호황이어서 타워크레인이 풀 가동됐고, 심지어 현장마다 크레인 기사 모시기(?) 경쟁에 나설 정도였다"면서 "인력 수급이 충분치 않아 공사경험이 별로 없는 미숙한 노동자로 대처될 경우 공사품질은 저하되고, 공사기간 역시 늘어나 결국 날림공사로 이어질 것은 뻔하다"고 털어놓았다.

아파트 천장누수 하자보수 모습.ⓒ경기도청

최근 부실시공 논란이 터진 동탄2신도시 한 아파트 역시 입주 물량이 가장 많은 경기도 화성시에서 발생했다. 해당 단지는 올해 3월 화성시로부터 사용승인을 받고 입주를 시작했는데, 이후 5개월간 하자보수 민원이 8만건 넘게 빗발쳤다. 통상 입주 초기 일반 아파트의 하자보수 신청이 2만∼3만건인 것인 것과 비교하면 2∼3배나 많은 수준이다.

심각한 부실시공이라는 지적이 들끓자 사용승인 허가를 내 준 화성시도 직접 민원처리에 나섰다. 이달 7일부터 현장시장실을 열어 약 한달간 입주민의 하자민원을 받은 결과 188가구로부터 총 2216건(전용부 1167건, 공용부 1049건)의 하자민원을 접수했다. 건설사와 화성시의 하자민원 신청건수가 다른 이유는 중복 접수 등을 제하고, 단순 접수가 아닌 실제 하자로 확인된 건수만 집계해서다.

화성시에 따르면 하자는 천장누수, 벽체균열, 배수불량 등 세대 곳곳에서 발견돼 유형을 특정화 할 수 없을 정도다. 시는 평균 이상의 하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날림공사'를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총 1316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지난 2015년 2월 16일 착공해 25개월간만에 공사를 끝냈는데 공사 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지적이다.

화성시 관계자는 "공사기간이라는 게 복합적이어서 단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1000가구 넘는 대단지의 경우 평균 30개월~32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면서 "그러나 이 단지는 25개월로 단축하면서 결국 부실문제가 터졌고, 입주 초기 즉각적인 하자보수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이같은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부실시공이 화성시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전국의 아파트마다 부실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입주민들이 집값 하락을 우려해 공론화되지 않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입주민들이 포털 등에서 자율적으로 결성한 '입주민 커뮤니티'에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하자 신고가 게재되는게 현실이다.

또한 부실시공은 입주자들이 실제 거주하기 전에는 발견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대부분 하자보수 갈등 문제로 전개된다. 현재 국내의 경우 아파트 선분양제도 하에서 건설사는 성실 시공보다는 분양만 잘 끝나면 '일단 짓고 보자'라는 인식이 커 부실시공으로 이어지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우리나라 건설현장을 보면 애초 공급 방식인 선분양제를 비롯해 공사 감리제, 마지막 사용승인까지 총제적 문제가 있다"면서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주택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주민과 건설사간 하자보수 등의 분쟁을 중재해주는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피해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0년 69건에서 지난해 3880건으로 6년새 60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들어서도 이달 현재까지 1927건이나 접수됐다.

통상 조정위원회에 접수되는 건수는 입주민의 요구에도 시공사가 하자보수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접수되는 만큼 실제 아파트 부실공사 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국토부측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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