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코나 뜨면 i30 무사할까…'팀킬' 우려

박영국 기자

입력 2017.06.18 06:00  수정 2017.06.18 08:05

수요층 겹쳐…힘겹게 연명하는 i30에 산소호흡기 뗀 격

코나(위)와 i30.ⓒ현대자동차

수요층 겹쳐…힘겹게 연명하는 i30에 산소호흡기 뗀 격

현대자동차의 내수물량 감소 고민을 해소해 줄 소형 SUV 코나가 시장에 불러올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나는 주간주행등과 메인램프의 위치가 바뀐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에 동급 최강의 동력성능과 우수한 연비,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위시한 고급 옵션 등으로 무장하고, 신차 효과를 앞세워 쌍용자동차 티볼리, 한국지엠 트랙스, 르노삼성자동차 QM3 등 기존 경쟁 모델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로서는 코나가 소형 SUV 시장만 고스란히 가져오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코나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차종은 현대차 내부에도 있다. 바로 준중형 해치백 i30다.

현대차는 코나의 가격을 경쟁 모델인 티볼리, 트랙스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이 시장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i30 구매를 고려했던 소비자들에게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게 됐다.

코나의 가격은 1.6 가솔린 터보 모델 기준 가격이 튜익스 적용 모델을 제외하면 1895만원부터 2455만원까지다. 같은 엔진을 장착한 i30는 2470만원짜리 단일 트림으로 운영된다. i30를 살 가격이면 코나 최상위 트림을 사고도 돈이 남는다. 기본트림을 산다면 500만원 가까이 돈을 아낄 수 있다.

코나와 가격대가 비슷한 i30 라인업은 코나보다 낮은 배기량의(그만큼 동력성능이 부족한) 1.4 가솔린 터보 모델로, 가격은 1890~2400만원이다. 이 가격대의 타깃 소비층이 고성능 소형 SUV 대신 그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준중형 해치백을 택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코나 디젤 모델은 가솔린 모델보다 트림별로 195만원씩 비싸고 i30 디젤 모델은 i.6 가솔린 모델보다 오히려 기본트림 가격이 낮지만(2170만~2490만원) 여전히 진입가격은 코나가 저렴하다.

물론 준중형 차급인 i30는 소형인 i20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든 코나보다 실내공간이 넓다. 문제는 그게 i30가 가진 사실상 유일한 상대적 이점이라는 것이다. 코나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선호 받는 차종인 SUV인 반면 i30는 가장 냉대 받는 해치백이다.

더구나 이들 두 차종의 주 고객인 20~30대는 차량 선택에 있어 실내공간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 i30가 가진 유일한 이점마저 큰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수요층이 겹치는 코나의 등장으로 i30가 설 자리가 좁아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 들어 i30는 월평균 400대에도 못 미치는 판매량으로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코나 출시는 가뜩이나 힘겹게 연명하는 i30의 산소호흡기를 떼버리는 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i30가 부진했던 이유 중 하나는 준중형 세단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되면서 소형 SUV와 수요층이 겹쳤기 때문”이라며 “현대차 내에서 소형 SUV가 출시되면서 내부적인 판매간섭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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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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