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을 비롯한 공격수들이 오픈 찬스를 맞이했는데도 굳이 무리하게 슈팅을 시도하는 선수 때문이다. 바로 해리 케인이다.
케인은 올 시즌 리그 22경기에 출전해 19골을 기록, 득점 부문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대로라면 2년 연속 득점왕이 눈에 보인다.
지금까지 EPL에서 2년 연속 득점왕은 모두 네 차례 나왔다. 앨런 시어러를 시작으로 마이클 오언, 티에리 앙리, 로빈 판 페르시까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스타플레이어들이다.
잉글랜드 출신으로 한정하면 시어러와 오언으로 압축된다. 특히 오언은 18세이던 1997-98시즌 최연소 득점왕에 오른 뒤 이듬해에도 18골을 넣으며 득점왕 2연패에 성공했다. 케인이 올 시즌도 득점왕을 거머쥔다면 18년 만에 대기록을 다시 쓰게 된다.
득점기계라 불러도 모자람 없는 케인이지만, 동료들과의 융화 여부에 대해서는 다소 모호해지는 게 사실이다. 바로 무리한 슈팅 때문이다. 그렇다면 케인은 ‘난사왕’일까.
케인은 올 시즌 63차례 슈팅을 날렸다. 공격수 한정, 슈팅 숫자만 놓고 보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맨유, 109회), 알렉시스 산체스(92회), 디에고 코스타(첼시, 75회),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 75회), 크리스티안 벤테케(크리스탈 팰리스, 69회), 로멜로 루카쿠(에버턴, 68회), 저메인 데포(선덜랜드, 66회)에 이은 리그 8위다. 특히 이 부문 1위 이브라히모비치는 케인에 2배 가량 슈팅을 시도했다. 난사왕은 케인이 아니라 이브라히모비치다.
오픈 플레이 상황에서의 슈팅도 살펴봐야 한다. 케인처럼 슈팅에 특화된 선수라면 기회가 왔을 때 슈팅을 때리는 것이 맞다. 케인은 오픈 상황에서 46차례 슈팅을 시도했고, 이중 11개를 골로 만들어냈다. 전체 슈팅 대비 오픈 상황에서의 슈팅 확률은 73%로 80%대가 즐비한 선수들과 비교하면 많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케인은 유효 슈팅 비율이 55.6%로 올 시즌 득점 레이스를 펼치는 선수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 부문 2위가 로멜로 루카쿠(52.9%)이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9.4%), 저메인 데포(33.3%) 등이 30%대에 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인의 공격은 상당히 효율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케인도 단점은 분명 존재한다. 바로 패스의 숫자다. 케인은 경기당 20.0개의 패스를 기록 중인데 이는 공격수들 가운데 최저 수준에 속한다. 공격수들 중 알렉시스 산체스가 경기당 40.7개로 가장 높았고, 이브라히모비치(38.3개), 디에고 코스타(30.5개)도 평균 30개가 넘는다.
케인이 패스를 하지 않고 슈팅을 난사한다는 인상이 생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셈이다. 분명 케인은 패스에 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케인을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효율적인 공격을 선보이는 선수이며 무엇보다 득점 선두인 19골이 이를 대변한다.
손흥민과의 연계 플레이는 분명 아쉬움이 남지만, 그렇다고 케인이 맞춰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토트넘의 공격은 케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최근 쓰리백 포메이션을 도입했을 때에도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케인의 역할만은 손을 대지 않았다. 실제로 케인은 쓰리백과 포백 등 어떤 상황에서든 한결같은 플레이를 선보이며 골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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