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대신’ 박훈근 코치에게 가혹했던 하루

고양실내체육관 = 김평호 기자

입력 2017.02.16 07:47  수정 2017.02.16 15:22

‘부친상’ 이상민 감독 대신 오리온전 지휘봉

“처음이라 그런지 결정 늦었다” 어려움 토로

오리온전에서 지휘봉을 잡은 박훈근 코치(사진 오른쪽)는 이상민 감독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꼈다. ⓒ KBL

서울 삼성 박훈근 감독 대행에게 2월 15일은 어떤 날로 기억될까요.

박 감독 대행은 이날 오리온전을 앞두고 이상민 감독의 부친상으로 부득이하게 한 경기 지휘봉을 잡게 됐습니다.

이상민 감독의 부친 이상우 씨는 지난 13일 급성 신부전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상주인 이 감독이 발인인 16일까지 빈소를 지킬 예정이어서 오리온전에는 박훈근 코치가 대신 팀을 이끌게 된 것입니다.

선두 삼성을 바짝 추격해 오고 있는 오리온과의 일전은 박 감독 대행에게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날 그는 “할 상황이 아니다”는 이유로 사전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하며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정작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의 크레익은 경기 시작 전 미리 몸을 풀러 나와 이관희, 이동엽 등과 장난을 치며 유쾌한 분위기를 자아냈습니다. 슛을 성공 시킨 뒤에는 독특한 세리머니를 통해 분위기를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기 전 두 손을 의자에 붙이고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있던 박훈근 코치에게 감독 대행이라는 자리는 다소 불편해 보이는 느낌이었습니다.

경기 초반 실점에도 박수를 보내며 선수들을 독려한 박 감독 대행은 13-17로 스코어가 벌어지자 작전타임을 부르려고 했지만 타이밍을 놓쳤고, 결국 한 골 더 실점한 뒤에야 작전 타임을 부르는 미숙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또한 삼성의 잦은 턴오버로 분위기가 오리온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적절하게 경기를 끊지 못한 점도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경기 후 “나름 준비를 하긴 했는데 결정을 하는 게 처음이라서 그런지 늦었던 것 같다”고 밝힌 인터뷰에서 그가 이날 경기에서 상당한 압박감을 받았다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날 삼성의 공격력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날 경기에 나선 주전 선수들 5명은 모두 10득점 이상 올렸고, 삼성이 자랑하는 외국인 듀오 라틀리프와 크레익은 무려 43득점 20리바운드를 합작하며 제 몫을 다했습니다.

오리온을 상대로 6점차 패배는 이상민 감독이 있었어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승부처에서 좀 더 선수들의 집중력을 끌어 올려줄 이상민 감독의 부재가 유독 크게 느껴졌던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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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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