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바는 지난달 28일(한국시각)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유럽 피겨 선수권대회 여자싱글에서 총점 229.71점을 받아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은퇴)가 달성한 역대 최고점(228.56점)을 갈아치웠다.
러시아 빙상계는 ‘포스트 김연아’가 나타났다며 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메드베데바의 상승세는 눈여겨 볼만 하다.
올 시즌 모든 국제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그랑프리 2차와 4차 대회 정상에 올랐다. 기세를 이어 12월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총점 227.66점으로 금메달을 따냈다. 모든 대회서 220점 이상의 고득점을 받으며 기복 없는 페이스를 보여준다.
메드베데바의 강점은 안정된 3회전 점프다. 유럽 선수권 프리스케이팅에서도 9번 시도해 성공했다. 이와 함께 표현력도 조화를 이뤄 심판진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메드베데바는 고작 18살에 불과하다. 성장통 이후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많은 피겨 유망주가 ‘포스트 김연아’로 불렸지만, 성장통 이후 평범한 선수로 전락했다.
미국의 미라이 나가수(23), 중국의 리지준(20), 일본의 무라카미 카나코(22) 등이 대표적이다. 러시아는 ‘타도 김연아’를 외치며 엘리자베타 뚝따미쉐바(20), 율리아 리프니츠카야(19), 안나 포고릴라야(18),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0) 등을 내세웠지만 지금 성장세는 정체에 가깝다.
특히 성장이 멈춘 리프니츠카야는 메드베데바와 묘하게 닮았다. 2014 소치올림픽이 열리기 전 모든 국제대회에서 포디움에 들었다. 화려한 점프와 유연한 스핀, 속도감으로 주목받았다.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 게티이미지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리프니츠카야와 메드베데바는 ‘점프 도약’이 낮다. 미성년 때는 빠른 회전으로 커버가 되지만, 체중이 증가하거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성인이 되면 독이 된다.
리프니츠카야도 소치 올림픽에서 점프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다. 메달권에서 멀어지자 호텔방에 숨어 두문불출했다. 멘탈이 약하다는 증거다.
메드베데바도 더 지켜봐야 한다. 올림픽 경험이 없는 소녀가 평창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확신하기 어렵다. 게다가 메드베데바도 리프니츠카야와 마찬가지로 롱에지(잘못된 발목 기울기로 도약)를 범하고 있다. 스텝도 편안하지 못하다. 안무는 주어진 시간에 급급하게 소화한다는 인상이 짙다.
김연아는 살아있는 피겨 교본으로 불린다. 어린 나이에 모든 3회전 점프를 ‘정석’으로 뛰었다. 게다가 강심장을 자랑한다. 밴쿠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아사다 마오(가면무도회)가 클린 연기를 펼친 뒤 나서 클린 연기(007)로 쿨하게 응수했다. 편파판정으로 얼룩진 소치 올림픽에서도 소트니코바 다음 연기 때 ‘클린 열연’으로 홈 관중을 숨죽이게 했다.
메드베데바가 포스트 김연아가 되려면 이러한 심리적 압박도 뛰어넘어야 한다. 김연아 은퇴 후 피겨 강국들의 ‘퍼주기 인플레’로 점수의 가치가 내려갔다. 총점 기록으로 제2의 김연아 탄생을 외치기에는 너무나도 섣부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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