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 감독의 동기 걱정은 '사치'였습니다

잠실학생체육관 = 김평호 기자

입력 2016.12.29 09:25  수정 2016.12.29 09:26

원정 7연승 KGC, 6연패 SK에 불의의 일격

경기 전 문경은 감독 걱정하다 뒤바뀐 처지

90학번 동기 간 맞대결은 의외로 문경은(사진 왼쪽) 감독이 김승기 감독에게 승리를 거뒀습니다. ⓒ KBL

원정 7연승을 달리며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안양 KGC와 6연패에 빠져있던 서울 SK의 28일 경기는 누가 봐도 원정팀 KGC에 추가 기우는 경기였습니다.

KGC는 지난 23일 삼성에 패하긴 했으나 12월에만 6연승의 상승세를 달렸고, 올 시즌 SK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도 모두 승리했기에 상대와의 대결에서 자신감을 가질만 했습니다.

최근 양 팀의 상반된 분위기는 경기 전 만난 두 감독의 얼굴에서도 드러났습니다. SK의 문경은 감독이 계속된 패배로 자신감을 잃은 선수들을 걱정하는 반면 KGC의 김승기 감독은 오히려 90학번 동기 문 감독을 걱정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경기를 앞두고 “문경은 감독은 괜찮나요?”라고 물어온 김승기 감독은 “그래도 친구인데 힘들겠구나란 생각이 든다”며 “누구나 그런 상황이 올 수는 있다”라고 같은 프로 감독으로서 동병상련을 드러냈습니다.

그래도 9위까지 처져있는 문경은 감독보다는 팀을 선두권에 올려놓고 있는 김승기 감독에게 좀 더 여유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었고, 이는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4쿼터 3분 13초를 남기고 KGC가 SK에 역전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경기 내내 조급해보였던 문경은 감독과 달리 김승기 감독은 비교적 차분하게 경기를 이끄는 모습이었습니다. 이는 KGC가 시종일관 SK를 상대로 여유 있게 리드를 가져갔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4쿼터 막판 SK가 김선형과 변기훈을 앞세워 리드를 가져갔고, 당황한 KGC는 이후 공격이 번번이 가로막히며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경기 전만 해도 김승기 감독이 문경은 감독을 걱정하는 흐름이었지만 오히려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고 말았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실에 들어선 김 감독은 ‘방심’을 가장 큰 패인으로 꼽았습니다. 그는 “SK가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컸고, 우리는 방심 때문에 졌다”고 말했습니다. 이기고 있음에도 무리한 공격이 많았다는 것이 김승기 감독의 설명입니다.

반면 2위 KGC를 상대로 값진 승리를 거둔 문경은 감독은 인터뷰실에 앉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과거 두 감독은 대학은 서로 다른 곳을 나왔지만 졸업 이후 삼성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으며 정을 쌓은 관계입니다. 현재는 문경은 감독이 김승기 감독에 비해 좀 더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날 승리로 SK는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반면 김승기 감독과 KGC는 예상 밖의 패배로 인해 연패에 빠지게 됐습니다. 냉정한 프로의 세계에서 역시나 남 걱정은 사치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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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 기자 (kimrard1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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