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신저스'가 2017년 첫 블록버스터로 영화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 UPI
무중력 액션부터 아발론 호의 거대한 스케일, 그리고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두 배우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의 케미스트리까지, 영화 '패신저스(감독-모튼 틸덤/수입·배급-UPI 코리아)'는 이 두 가지만 가지고도 많은 영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기대만큼 관객들이 흡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패신저스'는 120년간 동면 상태의 탑승객들이 탄 최고의 우주선 아발론호에서 매력적인 두 남녀 오로라(제니퍼 로렌스)와 짐(크리스 프랫)이 90년이나 일찍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비밀과 위기를 그린 SF 휴먼 블록버스터다.
2007년 이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지 않은 시나리오 중 가장 매력적인 시나리오로 꼽혀온 온 데다, 흥행 보증수표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의 캐스팅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과 기대를 불러 모은 작품이다.
하지만 당초 기대했던 결과물인지에 대해선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패신저스'는 재난 상황보다 더 절박한 상황 속에 놓인 배우들을 통해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으려 노력한 듯 보이지만, 정작 관객들이 가슴에 꽂히는 메시지는 많지 않다.
이들이 왜 지구를 떠나야 했는지, 그리고 120년이나 지난 후에 도착하는 개척행성은 어떤 곳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없기 때문이다.
또 홀로 아발론을 지키는 짐의 고군분투가 잠시 '캐스트 어웨이'의 주인공 척을 떠올리게 하지만, 그 절박함은 그리 와 닿지 않는다. 잘 생긴 두 배우의 로맨스를 위해 너무 서둘러 마무리한 느낌이 짙다. 짐의 고뇌와 외로움을 부각시키는데 지나칠 정도로 소홀한 탓에 이 작품이 갖는 설정 자체가 설득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패신저스'는 스펙터클과 로맨스 모두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내놨다. ⓒ UPI
더 큰 문제는 이처럼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집중한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 로맨스조차 지루하고 평범하게 전개된다는 점이다. 특히 거대한 우주선의 스펙터클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상당히 길게 느껴지는 시간, 이들의 평범한 데이트를 지켜봐야 한다. 영화는 116분으로 비교적 평범한 러닝타임이지만, 마치 긴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120년간의 우주여행을 하는 우주선이라기엔 그동안 SF 영화에서 봐왔던 모습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흥미를 떨어뜨리는 요소였다.
다행스러운 건 후반 우주선이 폭발 위기에 빠지면서 비로소 제몫을 해낸다는 점이다. 특히 제니퍼 로렌스가 중력 상실로 거대한 물방울에 갇히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또 죽음의 위기 속에 격정적으로 피어오르는 두 사람의 감정 연기도 볼 만하다.
하지만 이들이 위기를 극복해가는 과정은 늘 봐왔던 할리우드 우주 SF 영화의 전형성에서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과학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행복 지수는 점점 떨어지는 현실에 대한 메시지, 홀로 남겨진 사람의 절박함과 이기심, 두 남녀의 로맨스 등 다양한 이야기를 한꺼번에 담았지만, 어느 것 하나 여운을 남기지 못했다.
물론 기대치를 살짝 내려놓고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작품일 수 있다. 적극 추천할 수는 없지만, 오직 할리우드 영화만이 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우주의 광활한 영상미, 그리고 제니퍼 로렌스와 크리스 프랫의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을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한 '이미테이션 게임'의 모튼 틸덤 감독의 연출작이다. 2017년 첫 흥행대작인 '패신저스'가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주목된다. 12세 관람가로 내년 1월 4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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