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희생’을 기록으로 남긴다. 타자의 아웃을 전제로 주자를 진루시키는 희생번트가 바로 그것이다. KBO리그 타자 중 2016시즌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기록한 타자는 22개의 박해민(삼성)이었다. 올 시즌 52개의 도루로 도루왕에 등극한 박해민은 좌타자인 점과 주력을 감안할 때 강공 시 병살타의 위험이 그리 높지 않음에도 희생번트가 가장 많았다.
최다 희생번트 최다 2위는 20개의 김태군(NC), 3위는 19개의 문규현(롯데)이다. 두 선수는 주로 하위 타선에 배치되며 각각 포수와 유격수로 수비 부담이 많은 센터 라인의 일원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두 타자 앞에서 주자가 나갈 경우 상위 타선 연결을 위해 희생번트가 많았음을 알 수 있다.
2016시즌 희생번트 5걸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팀 배팅을 잘 해야 강팀’이라는 속설은 희생번트가 많으면 팀배팅이 좋은 팀이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2016시즌 KBO리그에서 희생번트가 가장 많았던 팀은 삼성 라이온즈로 88개를 기록했다. 삼성은 팀 타율이 0.293으로 3위였지만 팀 홈런은 142개로 5위에 머물렀다. 박석민과 나바로의 이탈로 장타력이 전년보다 약해지면서 희생번트를 많이 시도했다고 볼 수 있다. 선발과 불펜을 통틀어 삼성의 마운드가 현저히 약화된 상황 역시 리그 최다 희생번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희생 번트 2위는 삼성보다 1개 적은 87개의 한화 이글스였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경기 초반부터 희생 번트를 지시하고 선발 투수를 조기 강판시키는 퀵 후크 등 경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극도의 타고투저와 144경기 체제를 감안하면 김성근 감독의 스타일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6시즌 팀 순위별 희생번트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희생번트가 3번째로 많았던 팀은 의외로 SK 와이번스다. SK는 올 시즌 팀 홈런 182개로 리그 2위에 올랐다. 홈런이 많은 팀인데도 희생 번트가 많았다. 김용희 전 감독의 1점에 대한 집착을 읽을 수 있다.
희생번트 1위 삼성과 3위 SK는 공교롭게 감독의 임기 마지막 해였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김용희 감독은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희생번트를 가장 적게 기록한 팀은 34개의 넥센 히어로즈이고 그 다음으로 적었던 팀은 43개의 두산 베어스였다. 양 팀은 각각 정규 시즌 3위와 1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공격에서 감독의 개입이 그만큼 적었다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희생번트 최다 1~3위 팀은 가을야구에 나가지 못했고 최소 1~2위 팀은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한편 롯데 자이언츠는 62개로 희생번트 최소 3위였다. 희생번트 개수만 놓고 보면 롯데는 스몰 볼이 아닌 빅볼을 추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롯데의 팀 홈런은 127개로 8위에 그쳤다. 팀 장타율 또한 0.422로 8위였다.
롯데는 팀 타율 8위(0.288), 팀 득점 8위(777점), 팀 OPS 8위(0.792)로 거의 모든 타격 지표가 하위권이었다. 팀 순위 또한 8위였던 롯데가 조원우 감독 2년차에 도약하기 위해서는 팀컬러부터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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