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 - MB - HQ, 이니셜 약칭의 숨은 의미는?”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입력 2007.03.11 09:04  수정

<데일리안 대선기획>한나라당 ‘빅3’, 이것이 다르다<11>

‘영문 이니셜 사용, 어떻게 생각하나’

‘DJ’, ‘YS’, ‘JP’….

‘3김(金)’으로 통하는 유력정치인 이름의 ‘이니셜 약칭’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DJ), 김영삼 전 대통령(YS),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JP) 등 하나 같이 최고의 권력에 오르거나 근접한 정치인사다.

정치권에선 이들의 이름과 직함을 부르는 것이 오히려 어색할(?) 정도로 이니셜 약칭이 보편화 됐다. 또한 이들의 영문 이니셜은 한 시대를 풍미한 막강한 정치력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 정가엔 예비대선주자들의 영문 이니셜 약칭이 나돌았다. ‘3김’처럼 ‘공인’받진 않았지만, 일부 언론 등에서는 각 대권주자의 이름을 ‘MB(이명박)’ ‘GH(박근혜)’ ‘HQ(손학규)’ ‘GT(김근태)’ ‘DY(정동영)’ 등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이에 <데일리안>은 한나라당 유력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에게 ‘영문 이니셜 약칭 사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영문 이니셜로 불리는 것 자체가 막강한 정치력의 상징이자, 대선주자로선 정치적 ‘신분상승’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이들은 한결같이 긍정적인 답변을 냈다.

“GH는 대화합(Great Harmony)을 뜻한다”=박 전 대표는 당내 대권주자 가운데 이니셜 약칭(GH)을 가장 부각시키지 않은 후보로 꼽힌다. 오히려 ‘박대표’라는 호칭이 더 일반적으로 쓰인다.

박 전 대표는 “GH는 대화합(Great Harmony)을 뜻한다”며 영문 약칭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보탰다. 16대 국회의원 당시 강연 등에서도 ‘GH, 대화합’을 강조한 바 있다.

박 전 대표의 일부 지지자들은 ‘GH’를 ‘식품, 의약품, 화장품, 의료용구 등에 대한 우수상품을 인증해 주는 표시인 GH(Goods of Health) 마크’와 연계시키기도 한다.

이들은 “대선에서 검증을 할 때 철저한 검증을 거친 최상급 품질의 대권후보인 박 전 대표가 최종심의(검증)를 통해 ‘GH’ 우수품질 인증마크를 부여 받을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들은 “‘GH마크’를 인정받은 뒤에도 제품의 품질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지 지속적인 점검을 하기 때문에 GH마크 취득상품은 소비자(유권자)들이 믿을 수 있고, 유사제품(경쟁주자)과 차별성을 둘 수 있다”며 박 전 대표의 지도자 자질을 부각시켰다.

“약칭 사용은 괜찮다. 하지만...”=이 전 시장은 영어 이니셜 약칭 사용에 대해 “괜찮으나, 언론에 비해 일반 국민들은 약칭을 널리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또한 “약칭을 우유 이름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이 전 시장의 이니셜 약칭인 ‘MB’는 당내 대선주자 약칭 가운데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발음이 쉽고 편해 기자들이 자주 부르며 별명처럼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전 시장 주변에선 ‘MB’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그의 팬클럽 이름이 ‘MB연대’일 정도. 그의 공식 홈페이지 주소도 ‘www.mbplaza.net’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기사제목에서 박 전 대표를 ‘박 전 대표’라고 표현하면서도, 이 전 시장은 ‘MB’라고 쓰기도 한다.

“좋다고 본다”=손 전 지사는 이니셜 약칭 사용에 대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의 영문 이니셜 약칭은 ‘HQ’이다. 손 전 지사가 ‘HK’이 아닌 ‘HQ’를 쓰는 데는 ‘Q(cue)’가 영화나 드라마 촬영 등에서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단어이기 때문.

손 전 지사 측은 “HQ는 ‘Head Quarters’ 혹은 ‘High Quality’를 의미하기도 한다”면서 “정치인 HQ의미는 대한민국의 중심 또는 고품질의 의미를 가진 이니셜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 주소도 이 전 시장과 마찬가지로 ‘HQ’를 사용한 ‘www.hq.or.kr’이다. 또한 홈페이지 내에도 ‘HQ소식’ ‘HQ가 본 세상’ 등의 코너를 마련했다.

[이니셜 약칭, 얼마나 ‘센’ 사람이 썼나?]

정치인에 대한 이니셜 약칭 사용의 뿌리를 찾으려면 박정희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이니셜 약칭은 ‘JH’가 아니었다. 특이하게(?)도 ‘PP’였다. 이는 ‘President Park’의 줄임말이다. 하지만 당시 언론에서 박 대통령을 ‘PP’라고 쓰지는 않았다.

‘PP’에 대한 일화도 있었다. ‘PP’라는 말이 퍼지면서 마침내 박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리게 됐다. 박 대통령은 ‘PP’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청와대직원들에게 물었다. ‘프레지던트 박’의 약칭이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싫진 않은 별명이었던 것이다.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92년 대선에 출마할 당시 YS, DJ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이들과 달리 영문 약칭으로 불리지 않았다.

정 회장은 당시 신문제목에 ‘YS’, ‘DJ’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CY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CY’라는 약칭은 사용되지 않았다. ‘왕 회장’마저도 정치판에선 영문 이니셜로 통하지 못했던 것이다.

정치권에서 ‘공식 유통된’ 이니셜은 ‘YS’, ‘DJ’, ‘JP’ 등이 사실상 전부인 것이다.

영문 이니셜은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한 시대를 풍미한 ‘3김’이 정치권의 뒤안길로 사라지며, 정치인들은 영문 이니셜 대신 자신의 성(姓)을 이용해 삼삼오오 짝을 지은 약칭을 활용하기도 했다.

‘천신정’ ‘남원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천신정’은 지난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을 이끈 천정배 전 원내대표, 신기남·정동영 전 의장 등을 일컫는 말이다. ‘남원정’은 한나라당의 대표적인 소장파 3인방인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을 지칭한다.

특히 ‘천신정’과 ‘남원정’ 구성원들이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어, 이들이 자신의 약칭과 함께 ‘YS, DJ, JP’와 같은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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