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팀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KIA 타이거즈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KIA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포스트시즌’ LG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서 9회말 김용의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0-1 패했다.
이로써 KIA를 제압한 LG는 오는 13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넥센 히어로즈와의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에 돌입한다. LG는 2년 전이었던 2014년, 플레이오프서 넥센에 패한 바 있고, 넥센은 4년 연속 가을 잔치를 경험하게 된다.
그야말로 명품 투수전과 수비 등 고급 야구의 진수가 고스란히 그라운드에 묻어난 경기였다. 양 팀 선발 양현종(KIA)과 류제국(LG)은 나란히 무실점 투구로 큰 경기에서 투수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소 실천했다.
경중을 따지자면 류제국의 투구가 조금 더 빛이 났다. 류제국은 6회 1사까지 KIA 타선을 무안타로 꽁꽁 묶으며 노히트 행진을 이어가는 등 KBO리그 데뷔 이후 가장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류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8이닝 1피안타 3볼넷 무실점. 탈삼진은 6개였고, 낙차 큰 커브와 묵직한 직구가 코너 곳곳을 찌를 때마다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연신 헛돌았다.
양현종도 류제국 못지않았다. 특히 양현종은 6이닝동안 5피안타-2볼넷을 내줬지만 고비 때마다 맞춰 잡는 피칭과 KIA 야수들의 환상적인 수비에 힘입어 이닝을 적립할 수 있었다.
실제로 KIA는 주장 이범호를 비롯해 노수광 등 그야말로 감탄을 자아내는 수비 명장면을 수차례 쏟아냈다. LG는 득점 기회에서 KIA 야수들의 신들린 수비에 허공을 바라봐야 했다. 그야말로 우주의 기운이 KIA에 쏠리는 듯 보였다.
KIA는 전날 열린 1차전에서도 유격수 김선빈의 메이저리그급 수비로 위기를 타파한 바 있다. 이에 힘입어 와일드카드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거둔 5위팀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야구는 잘 던지고, 잘 막는다 해서 승리하는 경기가 아니었다. 승리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한 방이 KIA에 없었다. 물론 상대 선발 류제국에 꽁꽁 틀어 막힌 탓도 있지만 허무하게 물러서는 타자들의 힘으로 준플레이오프 진출권을 따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아주 허망한 2016시즌은 아니다. 올 시즌 KIA가 가을 야구를 펼칠 것으로 기대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김기태 감독 체제 이후 리빌딩 체제에 돌입한 KIA는 젊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 발굴하며 기존 베테랑들과 함께 신, 구 조화가 잘 들어맞은 팀으로 평가됐다.
팀이 어려울 때마다 주장 이범호가 후배들을 잘 이끌었고, 나지완과 김주찬은 아픈 날보다 건강한 날이 더 많아 팬들을 즐겁게 했다. 노수광과 김호령 등의 새얼굴들도 반갑고, 군 제대 후 바로 복귀 해 팀 전력에 큰 힘을 실어준 안치홍, 김선빈도 KIA의 미래를 밝게 할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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