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11일(한국시각) 스페인 캄프 누에서 열린 ‘2016-17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라운드 알라베스와 맞대결에서 1-2 충격패를 당했다. 상대가 승격팀, 그리고 홈 무대였다는 점에서 바르셀로나의 이번 패배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일부 선수들의 체력 저하, 결정력 부족, 용병술 등 여러 문제들이 꼽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엔리케 감독의 안일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지적된다. 물론, 알라베스의 뛰어난 수비 조직 역시 바르셀로나가 안방에서 발목을 잡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엔리케 감독은 이날 A매치 여파 및 컨디션 회복 등을 고려해 다소 힘을 뺀 선발 구성을 들고 나왔다. 최전방 스트라이커로는 수아레스 대신 이적생 알카세르를 내세웠고, 에이스 메시 대신에 투란, 그리고 이니에스타, 알바, 로베르토 등 주전급 전력들도 대거 선발에서 빠졌다.
로테이션으로 나온 비주전들은 이날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고, 알라베스의 거센 압박과 ‘텐백 수비’에 가로막혀 고전했다.
바르셀로나에서의 공식 데뷔전이었던 알카세르는 슈팅은커녕 볼 터치도 제대로 못했으며, 이니에스타 대신 나온 데니스 수아레스는 해줬어야 할 1,2선 볼 배급 및 공격 지원도 못해 결국 후반에 교체 아웃되었다.
전반에 맞은 선제골 일격을 후반 시작과 동시에 마티유의 헤딩 동점골로 원점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치밀하게 대비하고 나온 알라베스를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결국 당해내지 못했다.
엔리케 감독은 후반에 메시, 이니에스타, 수아레스를 6분 만에 연달아 투입해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만회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수비진 붕괴에 이은 추가 실점까지 내주면서 패배, 홈 관중들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엔리케 감독의 모험수 가득한 선발 및 용병술이 문제로 지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알라베스의 기세, 그리고 바로 같은 날 레알 마드리드의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알라베스는 무려 11년 만에 라리가 무대에 복귀한,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승격팀이지만 초반 기세가 만만치 않은 도깨비 팀이다. 라리가 3강으로 꼽히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개막전에서도 이날과 같은 극단적인 수비에 이은 빠른 역습으로 무승부(1-1) 덜미를 잡았다.
바르셀로나 앙숙 레알 역시도 같은 날 승격팀 오사수나를 홈으로 맞아 경기에 나섰다. 하지만 지단 감독은 기존 주축들을 무리하게 빼지 않는 선에서 제법 무게감 있는 라인업을 들고 나왔고, 후반 막판에는 2실점이나 내주는 혼전 끝에 쉽지 않은 승점 3을 챙겼다.
라리가는 이처럼 기존 강호들은 물론, 승격팀들까지 치밀한 전술 운용과 지략으로 언제든 3강의 발목을 잡을 준비가 되어있다. 때문에 엔리케 감독의 ‘안일함’이 현지로부터 더욱 거센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엔리케 감독 역시 경기 후 “모든 게 내 책임이다”라며 “알라베스는 조직력이 매우 뛰어난 팀이었다. 결과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씁쓸한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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