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살벌했던 한중전의 추억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6.09.01 09:17  수정 2016.09.01 09:17

압도적 우위로 '공한증' 트라우마 안겨

큰 대회 앞두고 '소림축구' 피해자 되기도 해

한국전 승리에 목마른 중국 축구대표팀. ⓒ 연합뉴스

한국축구가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출전을 향한 최종 관문에서 중국을 만났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차전에서 중국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축구 한중전의 역사를 요약하는 최대의 키워드는 단연 공한증(恐韓症)이다.

1978 방콕아시안게임에서 벌어진 첫 대결에서 차범근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둔 이래 한국축구는 지난 38년간 17승12무1패로 중국에 완벽한 우세를 점하고 있다. 가장 최근 대결인 2015년 동아시아선수권에서도 국내파 위주로 구성된 슈틸리케호가 중국을 압도하며 승리했다.

중국은 세계적인 스포츠 강국을 자부하지만 축구에서는 국제 경쟁력과 거리가 멀다. 여기에 공한증은 중국의 축구 트라우마에 쐐기를 박은 징크스로 유명하다. 공한증이라는 표현 자체도 90년대 이후 중국 언론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표현이다.

‘축구굴기’를 꿈꾸는 중국으로서는 우선 한국을 넘어야한다는 의식이 강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북한 핵문제와 사드 배치 등 양국의 정치적 갈등과 연관된 미묘한 분위기도 이번 한중전의 긴장감을 높이는 또 다른 요소다.

유일한 패배였던 2010년 동아시안컵

30번의 한중전 가운데 유일한 패배는 2010년 2월10일 일본 도쿄서 열린 동아시안컵이었다. 중국에 무려 32년 만에 처음으로 당한 패배인 데다 0-3 완패를 당하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한국대표팀 사령탑이었던 허정무 감독은 거센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공교롭게도 당시 공한증 징크스를 처음으로 깬 가오 홍보 감독은 중국대표팀 사령탑으로 복귀, 한국과 다시 만나게 된 것도 얄궂은 인연이다.

하지만 6년 전 패배 당시 한국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었고, 박지성-이청용 등 해외파 주력들이 빠진 상황에서 선수 점검과 전술 실험에 주력하느라 동아시안컵 결과에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한국은 그해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16강에 오르는 성과를 올렸다.

황선홍에서 을용타까지 '소림축구' 경계령

한국 축구는 항상 중국 축구에 우위를 점해왔지만 유쾌한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만날 때마다 항상 문제가 됐던 것이 바로 악명 높은 소림축구였다.

쓸데없이 거칠고 비신사적이기로 유명한 중국의 소림축구는 수많은 사건사고를 양산했고, 한국도 그 피해자 중 하나였다. 1998 프랑스월드컵 출정식을 겸한 평가전에서 당시 한국 최고 공격수였던 황선홍은 중국의 거친 태클에 무릎 부상을 당했다.

프랑스까지 동행했지만 끝내 월드컵 본선에서는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에이스를 잃은 한국은 최악의 부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2003년 동아시안컵에서는 을용타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 선수들의 계속된 거친 플레이에 한국 선수들도 흥분했고, 참다못한 이을용이 선봉장(?)으로 나서 뒤통수를 후려갈기며 응징했다. 한국은 경기에서 이겼고 이을용은 비록 퇴장당했지만 팬들로부터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박수를 받기도 했다.

중국과 만날 때마다 부상과 도발을 조심해야하는 것은 한국 선수들의 숙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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