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오승환 vs 2002 김병현, 누가 우위?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입력 2016.08.22 15:32  수정 2016.08.23 14:17

오승환 마무리 전업 후 최정상급 활약

2002년 김병현과 비교해도 크게 무리 없어

올 시즌 오승환은 김병현 전성기에 버금가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MLB) 정상급 마무리로 자리 잡은 오승환을 지켜보면 2000년대 초반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김병현이 절로 떠오른다.

김병현의 전성기는 짧았지만, 그의 슬라이더는 한때 'ESPN' 선정 8대 마구로 회자될 정도로 강한 이낭을 남겼다.

2000년대 초반 약물 복용으로 메이저리그에 홈런 타자가 즐비하던 시절, 김병현은 마구로 불린 업슛과 프리즈비 슬라이더로 거포들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2000시즌 김병현의 9이닝당 탈삼진(K/9)은 무려 14.14개로 20이닝 이상 던진 선수들 중 최고였다. 동료이자 삼진 머신이었던 랜디 존슨이 직접적으로 김병현을 언급하며 “삼진 잡는 능력은 나보다 더 뛰어나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병현이 20대 초반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다면 오승환은 만 33세임에도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표1] 오승환 최종 예상 성적, 김병현 2002년 성적

현재 오승환은 64.1이닝을 소화했고, 3승 2패 14홀드 12세이브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 중이다. 그리고 산술적으로 [표1]과 같은 예상 성적이 나온다.

오승환의 기록은 김병현의 전성기였던 2002년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것을 비롯해 오승환의 세이브와 홀드를 합치면 김병현의 세이브 숫자와 비슷해진다.

평균자책점 또한 유사하다. 물론 동시대에 활약하지 않은 오승환과 김병현의 평균자책점을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메이저리그는 최근 몇 년간 투고타저시대였다. 하지만 2014년(3.74 ERA)을 기점으로 리그 평균자책점은 매해 조금씩 올라 올해는 4.21 ERA를 찍고 있으며 투고타저라는 말이 무색하게 2000년대 초반 시절로 되돌아 왔다. 2002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4.28로 올해와 비슷해 오승환과 김병현의 기록을 동일 선상으로 봐도 크게 무리가 없다.

MLB 시즌별 평균자책점

따라서 새로운 타고투저의 시대를 맞아 오승환의 기록은 의미가 크다. 여기에 시대를 초월해 김병현과 오승환을 같은 선상에서 볼 수 있는 기록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ERA+와 ERA-가 있다.

ERA+와 ERA-는 평균자책점(ERA)처럼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다. ERA+는 한 투수의 평균자책점이 리그 평균자책점보다 얼마나 좋은지 혹은 나쁜지 보여주는 지표이고 ERA-는 ERA+의 반대 개념이다. 여기에는 파크팩터가 적용된다.

ERA+와 ERA- 계산법
ERA+ = lgERA / ERA * 100
ERA- = ERA/ lgERA * 100

같은 평균자책점이더라도 타고투저에서 나온 결과라면 더욱 큰 의미를 가진다. 1930년 이후 타고투저가 가장 극심했던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기록한 1.74 ERA는 리그 평균자책점이 4.77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큰 가치를 가진다. 이것을 ERA+로 계산하면 291로 라이브볼 시대 최고 기록이다.

[표2] 오승환 2016년, 김병현 2002년 성적

오승환은 2002년 김병현의 ERA+와 ERA-를 아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100이라는 수치가 리그 평균 자책점을 의미하는 가운데 올 시즌 오승환 ERA+는 227로 리그 평균보다 2.27배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3] 오승환 2016년, 김병현 2002년 성적

불펜 투수에게 잘 어울리는 스탯인 WPA(Winning Probability Added)도 살펴봐야 한다. WPA는 상황별 기대 승률 변화를 누적한 지표다. 김병현이 오승환보다 1.78배 높다. WPA에서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바로 누적스탯이기 때문이다.

2002년의 김병현 WPA가 높은 이유는 마무리로서 터프한 상황에 많이 등판해 승리를 지켜주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승환은 처음부터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오승환은 불펜 투수 중 WPA 부분 11위에 올라있다.

[표4] 오승환 vs 김병현 구종 가치

오승환과 김병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잘 던진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표4]에서 오승환의 구종 가치를 보면 시즌을 다 마친 성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병현만큼 좋은 공을 던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승환은 불펜 투수 중 패스트볼 구종가치 5위, 슬라이더 구종가치 9위에 올라있다.

[표5] 오승환 2016년, 김병현 2002년 성적 WAA(Wins Above Average), bWAR(베이스볼레퍼런스 기준), fWAR(팬그래프 기준), eWAR(ESPN 기준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에서는 김병현의 우위다. FIP 기반인 fWAR에서 오승환은 김병현의 fWAR를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bWAR와 eWAR에서는 넘어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김병현의 bWAR 4.1은 불펜 투수로서 매우 높은 수치이며 2008년 마리아노 리베라가 bWAR 4.3을 기록한 뒤 더 이상 4.1 이상의 불펜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오승환은 마구를 던졌던 김병현만큼 강한 인상을 주지 않지만 새로운 타고투저 시대에서 크게 주목할 투수임에 분명하다. 오승환의 올 시즌 최종 성적표가 어떻게 나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기록 참조: MLB.com, ESPN, 팬그래프, 브룩스베이스볼, 베이스볼서번트, 베이스볼젠
글 : 양승준 / 정리 : 프로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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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보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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