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태환 1500m 포기? 두 번 실망시키나


입력 2016.08.10 10:51 수정 2016.08.10 14:0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자유형 100m에서도 부진, 세 번째 예선탈락

1500m 포기하게 되면 응원하던 팬들 등 돌리는 격

박태환이 남은 1500m 출전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 데일리안 박태환이 남은 1500m 출전 포기 의사를 내비쳤다. ⓒ 데일리안

박태환(27)이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지 못했다.

박태환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 수영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예선에서 49초24의 기록으로 4조 4위, 전체 59명 중 공동 32위에 머물렀다. 이로써 박태환은 상위 16명이 겨루는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앞서 박태환은 자유형 400m와 200m에서도 예선 탈락한 바 있다. 출전한 세 종목 모두에서 고전하며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고 있는 박태환이다.

박태환의 거듭된 탈락은 예견된 일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유는 다름 아닌 훈련 부족 때문이다.

박태환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도핑테스트 양성반응 결과가 나와 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로 인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금지약물 투여의 고의성 여부를 떠나 이 징계는 박태환 개인에게 엄청난 손실을 불러일으켰다. 일단 징계 기간 마땅한 훈련장을 찾지 못했다. 옛 스승인 노민상 감독의 배려로 그가 지도하는 꿈나무 수영교실에 일반인 회원으로 등록해 2시간씩 물살을 갈랐지만 제대로 된 훈련일리 만무했다.

맘고생은 특히 더했다. 박태환은 약물을 투여한 병원을 상대로 법정 공방을 이어가느라 심신이 지쳐갔고, 무엇보다 전폭적으로 지지해주던 팬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아야 했다.

심적 고통은 국가대표 자격과 관련한 논란으로 정점을 찍었다. 박태환은 징계가 풀리자마자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린 동아수영대회에 출전해 전 종목 1위를 달성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대한체육회가 발목을 잡았다. 체육회는 “도핑 위반으로 경기단체로부터 징계 받은 선수는 징계가 해제된 날로부터 3년 동안 국가대표로 선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결국 스포츠중재 재판소의 결정으로 국가대표에 재승선했지만 이미 몸과 마음은 지쳐있던 상태였다.

그래도 박태환은 물살을 가르고 싶었다. 여기에 실추된 명예까지 회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이번 리우 올림픽이었다.

리우에 입성한 박태환은 국내 취재진과의 인터뷰서 “나는 (400m)랭킹 6위라 관심 밖이다”라고 하는가 하면 “레이스 전략을 세우지 못했다” “체력적으로 힘들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 걱정이 크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결과적으로 선수 본인이 이번 대회 부진을 어느 정도 예견한 발언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번이 4번째 올림픽 출전인 박태환은 베테랑다운 면모도 드러냈다. 그는 “부담을 덜 가지고 즐겁게 하려고 한다”라며 “편하게 하고 싶다. 올림픽 키워드는 즐거움이다. 즐겁게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누구보다 어렵게 리우에 입성했다. ⓒ 데일리안 박태환은 누구보다 어렵게 리우에 입성했다. ⓒ 데일리안

사실 박태환의 부진에 대해 비난하는 이는 드물다. 오히려 끝까지 역영을 펼치는 그의 모습에 예전처럼 하나 둘 응원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올림픽은 결과도 중요하지만, 출전 자체도 어렵기 때문에 과정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국민들 모두 박태환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얼마나 어렵게 리우에 왔는지 알고 있다.

그런 와중에 실망스러운 부분은 마지막 남은 자유형 1500m에 대한 출전 포기 의사다.

박태환은 100m 예선탈락 후 “1500m는 아예 훈련을 못했다. 못했다기 보다 할 수가 없었다.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태다”라며 “그러나 안 나갈 경우 오해를 살 수 있을까봐, 포기하는 것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이다. 코치님과 상의를 깊게 해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정신에는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말을 이번 올림픽에서 증명해낸 이가 바로 박태환이다. 당장 성공하지 못했다 해서 포기하는 것이야 말로 그에게 호의적인 응원을 보내는 팬들을 두 번 실망시키는 것일 수 있다.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출전을 기대해본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