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명예를 노리며 배신하고 떠났던 남자가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 다시 옛 사랑에게 돌아온다.
마리오 괴체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구단의 이야기다. 도르트문트 팬들에게 괴체는 ‘배신의 아이콘’이다. 괴체는 2013년 7월 친정팀 도르트문트를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독일 축구의 떠오르는 재능이자 도르트문트 에이스로 활약했던 괴체의 이적은 당시에도 큰 논란을 일으켰다.
같은 리그 최대 라이벌 팀의 주축 선수를 빼왔다는 점에서 상도에 어긋난다는 문제도 제기 됐지만, 시기적으로도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눈앞에 둔 예민한 시점에 이적이 발표돼 도르트문트 팬들은 ‘멘붕’에 빠졌다.
도르트문트는 그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뮌헨에 패했고, 괴체는 이후 도르트문트 팬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성난 팬들은 괴체의 유니폼을 불태우기도 했다.
더 큰 성공을 위해 뮌헨행을 택했지만 이적 이후 행보는 순탄하지 않았다.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 체제에서 괴체의 입지는 불안정했고, 2015-16시즌에는 후반기 사실상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베테랑 아르연 로번과 프랭크 리베리는 물론 킹슬리 코망, 더글라스 코스타 등 해마다 경쟁자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괴체가 설 자리는 없었다.
설상가상 과르디올라 감독이 잉글랜드 맨시티로 떠나고 새롭게 부임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역시 괴체의 기용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보를 내렸다. 졸지에 최고의 유망주에서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뮌헨에서 보낸 3년은 괴체의 성장이 정체된 시간이었다. 뮌헨 구단은 팀내 입지가 불안해진 괴체를 적절한 이적료를 받고 정리하려 한다. 괴체 역시 안정적인 출전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팀으로의 이적이 시급하다.
친정팀 도르트문트는 환경 면에서는 괴체의 행선지로 최적이다. 어쨌든 괴체는 도르트문트를 통해 유럽 정상급 선수로 성장했고 팀이 추구하는 시스템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도르트문트는 최근 헨릭 미키타리안과 일케이 귄도간 등 핵심 미드필드 자원들이 거푸 잉글랜드 무대로 이적하며 전력보강이 시급하다.
이미 검증이 끝난 괴체는 이들의 대체자로서 가장 적합하고 나이도 24세에 불과하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충분히 자신감을 찾고 부활을 기대할 수 있다. 이적 과정에서 도르트문트 팬들과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 변수다. 괴체의 리턴 가능성에 도르트문트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잃어버린 애정을 되찾고 도르트문트에 안착할 수 있을까. 괴체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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