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은 27일(한국시각) 태국 방콕 수파찰라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A매치 친선전에서 1-0 승리했다. 대표팀은 전반 4분 터진 석현준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이로써 슈틸리케호는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8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더불어 9경기 연속 무실점 기록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팀은 지난 24일 레바논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레바논과의 홈경기에 이어 이번 태국전까지 승리를 거두며 3월 A매치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하지만 100%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기록상으로는 분명 칭찬받아 마땅하지만 태국전에서 선보인 경기력은 축구팬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태국전에 앞서 “평가전을 허투루 치를 생각 없다.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경기 내용은 실험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내비쳐졌다.
일단 슈틸리케 감독은 그동안 고집하던 원톱 전술을 잠시 접어두는 대신 투톱 시스템을 가동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낙점된 선수는 지난 레바논전 결승의 주인공 이정협과 FC 포르투로 이적해 몸값을 높인 석현준이었다.
사실 대표팀 입장에서는 태국과의 원정경기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태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2차 예선을 조 1위로 통과, 국민의 관심사가 축구에 쏠려있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역대 전적에서는 대표팀이 30승 7무 9패로 압도적 우세를 보였지만 태국 원정에서는 예기가 달랐다. 한국은 태국 원정에서 8승 4무 6패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가장 최근 맞대결이었던 1998 방콕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는 극심한 홈 텃세를 이겨내지 못하고 1-2로 패한 바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태국 홈팬들은 심판의 시작 휘슬이 울리기 전부터 극성스러운 응원을 보냈다. 자칫 태극전사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다행은 선제골이 이른 시간에 터졌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전반 4분, 고명진의 환상적인 스루패스를 이어받은 석현준이 그대로 박스 바깥에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슛을 시도했다. 빨랫줄처럼 뻗어나간 공은 태국 골키퍼가 손끝을 지나 그대로 그물에 꽂혔다.
거기까지였다. 이후 한국은 태국의 빠른 공격 전개 및 역습에 고전해야 했다. 볼 소유권은 분명 대표팀에 있었지만 공격의 날카로움이 무뎌져있었고, 순간적인 돌파를 허용한 수비진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일명 ‘늪 축구’가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늪 축구’란 좋지 않은 경기력에도 어떻게든 볼 점유율을 높여 상대 역시 부진하게 만드는 축구를 말한다. 즉, 만족할 결과를 얻게 되지만 90분 동안 경기를 지켜본 팬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슈틸리케호의 ‘늪 축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맞은 2015 AFC 아시안컵 당시 ‘늪 축구’로 큰 재미를 본 바 있다. 당시 대표팀은 호주와의 결승전이 펼쳐지기 전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펼쳤고, 부진한 경기 내용과 함께 ‘늪 축구’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얻은 바 있다.
고온다습한 현지 날씨도 ‘늪 축구’를 더욱 부추겼다. 경기가 열린 방콕 수파찰라이 스타디움은 낮에 내린 비로 인해 습도가 크게 올라갔고, 높은 기온과 함께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었다. 따라서 선수들은 전반 초반부터 유니폼이 흠뻑 젖은 채 체력적 문제를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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