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터' 최태준 "스크린 데뷔, 19금 택한 이유"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3.30 08:55  수정 2016.04.01 09:51

흔들리는 청소년 세준 역 맡아 주연

"배우 수식어 어울리는 사람 되고파"

배우 최태준이 영화 '커터'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다.ⓒ엠엠엔터테인먼트

"언제든지 연락해주세요. 택시 타고 날라오겠습니다!"

최태준(24)과의 인터뷰는 유쾌, 상쾌했다. 그는 "절 찾아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며 "연락만 해주면 주저하지 않고 인터뷰를 하겠다"고 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 '커터'(감독 정희성· 30일 개봉)로 스크린에 진출한 최태준은 2001년 인기 드라마 '피아노' 조인성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공백기를 거친 후 '빠담빠담'(2011), '드라마의 제왕'(2012), '못난이 주의보'(2013), '엄마의 정원'(2014), '부탁해요, 엄마'(2015)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부탁해요, 엄마'에서는 취업준비생 이형순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부탁해요, 엄마'와 촬영을 병행한 '커터'는 그에겐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페이스 메이커'(2012)에 출연한 바 있지만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최태준은 개구쟁이 소년 같은 이미지였다. 영화 속 어두운 캐릭터 세준을 어떻게 소화했는지 놀랄 정도로 밝고, 꾸밈없었다.

첫 영화의 개봉을 앞둔 그는 "아직 영화 완성본을 다 못 봤다"며 "스크린에 나온 내 모습을 보니 떨리고 설렜고,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배우 최태준은 영화 '커터'에서 세준 역을 맡아 김시후, 문가영 등과 호흡을 맞췄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커터'는 술에 취한 여자들이 사라지는 밤, 그들을 노리는 검은 손길과 그 속에 말려든 고등학생들의 충격 살인 사건을 그렸다. 범죄 드라마라기보다는 청소년 윤재(김시후)와 세준(최태준)의 심리 묘사에 중점을 뒀다. 방황하는 시기, 폭력과 성범죄 앞에 노출된 10대들을 통해 그들의 보호막이 돼주지 못한 사회를 꼬집는 게 영화의 메시지다.

최태준은 극 중 충격적인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고등학생 세준 역을 맡았다. 전작 속 이형순과는 전혀 다른 역할. 그는 "영화, 드라마 촬영을 함께해서 힘들진 않았다"며 "연기에 대한 욕심과 열정을 제작진이 이해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미소 지었다.

영화는 자극적인 소재보다 고교생의 독특한 심리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윤재에 대한 세준의 감정은 우정이 아닌 집착과 사랑에 가깝게 느껴질 정도다. 고난도 심리 묘사가 필요한 작업이다.

첫 영화로 무난한 영화를 택할 만도 한데 '19금' 작품에 도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교복을 입을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 흐흐.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역할과는 달라서 호기심이 생겼고요.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거든요. 연기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망설임 없이 선택했어요."

극 중 끈끈한 관계였던 윤재와 세준의 관계는 세준을 좋아하는 여학생 은영(문가영)으로 뒤틀린다. 은영에게 자꾸 마음이 쓰이는 윤재는 세준에게 자꾸 거짓말을 하고 세준은 윤재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면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다.

윤재와 세준의 모호한 관계에 대해선 "고등학생의 눈으로 보면 이해가 된다"고 했다. "세준이는 자기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고 학교의 모든 권력을 쥐고 있는 친구였어요. 유독 윤재만은 세준이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존재였던 거죠. 고등학생 입장에서 보면 세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어요. 그토록 아끼던 친구가 자꾸 거짓말을 하는 걸 보면 마음 아플 것 같거든요."

배우 최태준은 영화 '커터'에서 세준 역을 맡아 범죄 청소년을 연기했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세준은 자신을 짝사랑하는 은영이를 이용해 윤재를 시험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이 장면에 대해선 "세준이는 은영이가 방해물이라고 생각한다"며 "은영이만 없으면 윤재와의 사이가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하는 미성숙한 청소년"이라고 설명했다.

교복을 입은 최태준의 실제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을까. "전 항상 긍정적이고 밝게 지냈어요.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고, 졸려서 수업시간에 잠도 자는 평범한 학생이었답니다. 남녀 공학에 다녔는데 누나들이 절 예뻐해 줬답니다. 하하."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을 묻자 "더 놀고 싶다"는 솔직한 답변이 나왔다. "20대 무모함은 무모함도 아니에요. 10대는 얼마나 더 무모할 수 있는지 체험하고 싶답니다."

그는 '빠담빠담' 출연 이전에 긴 공백기를 가졌다. 폭발적인 관심을 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피아노'로 받은 관심은 부담으로 작용했단다. 이후 연기 생활을 잠시 접고 중, 고등학교를 평범하게 보냈다. 연기 경력을 더 쌓을 기회를 스스로 놔 버려서 배우로서 아쉬움이 들 법도 하다.

"그때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요. 배우가 되기 이전에 소중한 친구들을 만났고 연기의 소중함을 간절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성인이 된 후 수많은 좌절을 맛봤고 쟁쟁한 배우들 틈에서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작품에 출연하는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몸소 깨닫게 됐답니다."

영화 '커터'에 출연한 배우 최태준은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사람이 되겠다"고 밝혔다.ⓒ(주)스톰픽쳐스코리아

중학교 졸업 후 예고에 진학한 최태준은 치열하게 사는 친구들을 보며 배우의 꿈을 다시 꾸기 시작했다. 연기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재밌어서'다. "다양한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직업이 배우 말고 또 있을까요?"라는 대답이 입에서 나왔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돋보이는 그에게 배우보다 '스타'나 마냥 인기 있는 '연예인'을 꿈꾼 적은 없느냐고 물었다. "많은 사랑을 받으면 당연히 좋죠. 그런데 인기는 좇아도 따라오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영원하지도 않고요. 욕심을 부리지도, 부려서도 안 되는 게 인기인 듯해요. 제가 사랑을 받는다면 그건 제가 아닌 작품 속 캐릭터 덕분인 거죠."

'빠담빠담'을 시작으로 쉼 없이 달리고 있는 최태준의 차기작은 이병훈 PD의 사극 '옥중화'다.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이유를 묻자 "배우는 게 재밌고 쉬는 것 보다 일하는 게 낫다"며 "이젠 쉬는 게 불안하다"고 웃었다.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자신을 '충동 덩어리'라고 소개한 그는 "'부탁해요, 엄마' 끝나고 즉흥적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며 "마음이 앞서 행동했을 때 예상 밖 행운이 따른다. 이게 '충동 덩어리'의 묘미"라고 미소 지었다.

여성 팬들이 궁금해할 연애에 대해선 "지난해는 너무 바빠서 못 했다"며 "연애보다 일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고 했다.

'커터'는 할리우드 대작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과 맞붙는다. "'배트맨 대 슈퍼맨'만 있는 게 아닙니다. '커터'는 긴장감 넘치는 영화입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20대 중반의 이 배우는 신상명세서 '직업' 칸에 '학생'이라고 쓴다고 했다. 배우라고 쓰기엔 떳떳하지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5년, 10년, 20년 뒤에 많은 분이 '배우 최태준'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어울리는 자신감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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