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에 패(1승 4패)했지만 이세돌 9단이 남긴 주옥같은 말들이 여전히 화제다.
이세돌 9단은 지난 9일 알파고와 첫 번째 대국을 치렀다. 당시 이세돌 9단은 대국을 앞두고 “진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해봤습니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과거 그가 남긴 명언인 “나는 자신이 없다. 질 자신이”라는 말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적 패배였다. 이세돌 9단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대국 후 기자회견서 “일단 너무 놀랐고요, 하하. 사실 진다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조금 충격적이긴 하지만 굉장히 즐겁게 뒀습니다. 대국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2국에서도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막상 대국에서는 알파고가 시종일관 이세돌 9단을 몰아세웠다. 결국 패했다. 이세돌 9단은 불계패 후 “내용상 완패였습니다. 초반부터 한 순간도 제가 앞섰다, 이런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알파고의 완승이고 완벽한 대국을 펼쳤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과거부터 당돌한 이미지였던 이세돌 9단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의 바둑을 두겠다”며 3국에서 승부수를 던질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3국도 패배였다. 이는 알파고의 우승을 의미했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이렇게 심한 압박감과 부담감을 느낀 적이 없었습니다. 그것을 이겨내기에 제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라며 “하지만 분명 약점은 있었습니다. 약점이 드러났기 때문에 이세돌이 패한 것이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밝혔다.
이때부터 온 국민들은 이세돌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4국에서 명승부 끝에 첫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제야 이세돌 9단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한 판을 이겼는데 이렇게 축하 받은 것은 처음입니다. 3연패를 당하고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습니다”라고 하자 장내는 박수가 쏟아졌다. 이세돌 9단은 그러면서 “이 1승은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15일 마지막 5국에서 5시간이 넘는 혈투를 펼쳤지만 결국 승리를 거머쥐지 못했다. 그는 “바둑은 즐기는 것입니다. 즐기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바둑을 즐기고 있나 그런 의문을 가졌습니다. 이번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원없이 마음껏 즐겼습니다”라고 했다. 비록 패했지만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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