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말린 5시간’ 이세돌 어디서 무너졌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3.15 18:49  수정 2016.03.16 10:07

승기 잡은 뒤 지나치게 소극적인 자세로 역전 허용

우측으로 뻗었어야 했던 79수가 통탄의 패인

승기를 잡은 뒤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임한 이세돌 9단이 역전패했다. ⓒ 구글

알파고의 약점을 찾아냈다고 자신한 이세돌 9단이 다시 한 번 한계를 뛰어넘는데 실패했다.

이세돌 9단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에서 알파고와 5시간이 넘는 혈투를 펼쳤으나 종이 한 장 차이를 넘지 못했다. 이세돌 9단은 280수까지 이어진 승부서 무게 추가 기울었다고 판단, 경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너무도 아쉬운 패배였다. 지난 4국에서 백돌을 잡고 후수를 뒀던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공세를 차분하게 막아낸 뒤 신의 한 수를 내밀어 승기를 잡았다. 당초 5국은 돌잡기로 선후를 가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세돌 9단은 4국이 끝난 뒤 기자회견서 구글 측에 자신이 흑돌을 잡고 선수를 두겠다는 제안을 했다. 알파고 개발자들도 흔쾌히 수락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가 공격보다는 수비에 능하다고 판단, 5국서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었다.

대국 초반은 확실히 이세돌 9단의 우세였다. 이세돌 9단은 4국까지 치르면서 알파고가 집 만들기에 예민하다는 습성을 파악했다. 이에 자신도 실리를 앞세운 전략으로 공세를 취했다. 실제로 이세돌 9단은 미리 짜온 작전대로 중반 초입 우하귀 접전에서 알파고의 실수를 틈타 40여 집에 이르는 큰 모양을 만들어 승기를 가져오는 듯 했다.

하지만 고수들 간의 바둑은 쉽사리 승부가 나지 않는 법. 이세돌 9단은 상변에서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어렵게 잡은 승기를 지키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 알파고가 공격적인 자세로 이세돌 9단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승부는 79수에 갈렸다. 이세돌 9단은 타개 과정에서 79번째 돌을 우측으로 뻗게 뒀어야 했지만 안정을 추구한 나머지 안형을 만들고 말았다. 명백한 실수였다. 이를 놓칠 리 없는 알파고였다.

알파고는 이후부터 거대한 모양을 형성해 나갔고, 크게 유리하던 이세돌 9단의 지형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 뒤늦게 실수를 만회하고자 이세돌 9단이 좌하변 백집에 뛰어들었지만 손에 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후부터는 큰 의미 없는 시간만 흘렀다. 변수를 마련하고자 내려놓은 돌에 알파고는 차분하게 방어해냈고, 2시간이나 주어졌던 시간도 어느새 다 흐르고 말았다. 이세돌 9단은 세 차례 주어진 초읽기를 2회나 사용하면서도 장고를 거듭했지만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결국 280수만에 불계패가 확정됐다.

너무도 아쉬운 패배였다. 이세돌 9단이 계가까지 갔다면 중국 룰에 따라 1집반 정도에 패하는 차이였다. 그만큼 이번 대국은 치열했고,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기량 차는 미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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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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