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리베이트 '흑역사' 지우기…과제는 '윤리경영'

임소현 기자

입력 2016.03.15 11:13  수정 2016.03.15 11:19

<기회는 지금, 제약업계 '지각변동'(하)>고질병 '리베이트' 청산 위한 규제 강화

정중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지난달 17일 한국제약협회 2016년도 제1차 이사회에 앞서 '최근 의약품 유통 규제동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제약산업이 기술수출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4조가량의 기술수출을 일궈내면서 업계에는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들은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고 공동 R&D를 추진하는 등 각자의 전략을 찾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정한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윤리경영'이 과제로 대두되면서 리베이트 등의 '흑역사' 청산, 윤리경영 제도 확립 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에서는 제약업계의 도약을 향한 새로운 경영트렌드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기회는 지금, 제약계 '지각변동']
(상)연고로 화장품, 구매대행까지…신사업효과 '톡톡'
(중)한미서 시작된 공동 R&D '바람'…"함께 갑시다"

(하)리베이트 '흑역사' 지우기…제약계 과제는 '윤리경영'


제약업계의 '고질병'이라 불리는 '리베이트' 문제는 잊을만하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올해만 해도 동화제약이 유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유영제약과 한국노바티스가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의약품 리베이트란 의약품 처방의 대가로 제약회사가 의사나 병원에 금품을 제공하는 것을 말하며, 리베이트 쌍벌제에 따라 금품을 제공한 제약회사와 제공받은 의료인 모두 처벌된다.

1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중외제약, 한미약품, GSK 등 총 32개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감사원 감사 결과 8785억원)를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으며, 일부 제약사에 대해서는 형사고발을 진행했다.

이같은 리베이트 관행은 제약업계가 가장 지우고 싶은 '흑역사'다. 몇년 전부터 불거진 리베이트 논란에 각 제약사들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강화하는 등 흑역사 지우기에 돌입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제약협회는 제약산업 과제로 '윤리경영' 체제 확립을 주문했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한국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확인한 제약계는 올해 제약강국 반열에 들기 위해 준법경영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약산업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윤리성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됐다. 이에 따라 고질병인 리베이트 문제를 청산하는 것과 동시에 자율적으로 준법 감시 등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협회가 나섰다…윤리경영 자율점검지표 개발 및 배포

제약협회는 최근 '제약산업 윤리경영 자율점검지표'를 개발해 회원사에 배포했다.

그동안 일반 제조업의 가이드라인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실무 적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제약산업에 특화된 가이드라인의 개발을 통해 윤리경영의 확산·정착을 가속화 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이후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한미약품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CP AA등급을 받는 등 제약업계가 윤리경영을 위해 노력해온 성과가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리베이트와 관련된 처벌 등으로 인해 국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지못한 만큼 세계적 기준에 맞는 준법경영의 틀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협회는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지표를 개발했으며, 이 기간 중 외부기관을 통해 동아에스티 등 총 6개 회원사를 방문해 사전진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회사의 평균백분율은 88.2%로 A등급(비교적 우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제약협회 조순태 이사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지난달17일 낮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 4층 강당에서 열린 2016년도 제1차 이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협회가 배포한 자율점검지표는 자율준수 프로그램의 수립 및 시행, 운영현황 및 방식, 운영실적, 내부제보 활성화에 관한 지표 등 크게 4개의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180개의 지표에 900점 만점으로 점수에 따라 AAA등급(최우수)부터 D등급(매우 취약)으로 구분된다.

이 외에도 자율점검 평가지표, 진단지표 가이드라인, 표준 운영절차, CP체크리스트 등이 망라돼 있다.

이에 대해 이경호 제약협회장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있는 제약기업은 타 산업보다 높은 윤리성이 요구되며 글로벌 제약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선진국 수준의 윤리경영은 필수과제"라며 "자율점검지표를 기반으로 윤리경영 자율 평가시스템을 구축해 평가를 원하는 회원사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스로 지킨다…CP 전담팀 꾸리는 제약사들

최근 CP 전담팀을 꾸린 제약협회 회원사가 16개로 늘어났다. 이는 제약산업의 윤리경영은 타율규제에만 의존하기에는 위험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제약사들이 윤리 경영을 중요한 과제로 받아들이고 자율규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특히 한미약품은 올해 상반기 CP 관련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최근 한미약품 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매월 1회 CP자율준수위원회 개최, 고강도 실시간 모니터링 및 가맹점 현장확인 강화, 인센티브제도 확대 등 모니터링 및 인센티브 규정을 강화했다.

한미약품은 이어 CP등급평가 결과에 따른 개선사항 보안 및 강화, 제약협회의 자율점검지표를 활용한 자체 진단 및 개선, 스마트 CP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강화, 마케팅프로그램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CP운영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하반기 총 34명에 대해 인사조치를 결정하면서 CP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이관순 한미약품 대표는 "한미약품의 CP는 확실한 내부 기업문화로 자리매김했다"며 "CP문화를 기반으로 한미약품이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서 도약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한미약품과 나란히 CP등급 평가 AA등급을 획득한 대웅제약 관계자는 "내부 직원 대상으로 홍보 및 행동강령 전파, 정기적 CEO 메시지, CP가이드라인 제작 및 배포, 교육, CP 규정 사규화 등 자율준수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약계에서는 올해를 제약강국으로 도약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리베이트라는 고질병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약계의 노력이 절실해지고 있는 이유다. 제약산업이 글로벌화 되기 위해서는 윤리경영 체제가 확립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협회 차원에서 체제 확립을 도울 방안을 내놓고 각 제약사들이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이 제약강국 도약에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관심이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 문제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에게 들춰내고 싶지 않은 아픈 상처일 것"이라며 "각 제약사들이 CP를 강화하고 협회차원에서도 자율점검지표를 배포한 만큼 앞으로는 그런 문제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미 국민들에게 인식 자체가 나쁘게 심어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제약산업이 다시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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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현 기자 (shl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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