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청춘의 암울한 초상 '글로리데이'

부수정 기자

입력 2016.03.17 09:12  수정 2016.03.17 09:17

지수 류준열 김준면 김희찬 등 신예 출연

최정열 감독 극본·연출…장편 데뷔작

지수 류준열 김준면 김희찬 등 충무로 신예 스타들이 영화 '글로리데이'에 출연했다.ⓒ필라멘트픽쳐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혈기왕성한 청춘 용비(지수), 지공(류준열), 상우(김준면), 두만(김희찬)은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 사이다. 상우의 해병대 입대를 앞두고 네 사람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 포항으로 여행을 떠난다.

친구가 전부이고 제일인 용비, 할머니와 함께 살며 대학 대신 군대를 택한 상우, 엄마 잔소리에 시달리는 지공, 낙하산 대학 야구부 선수 두만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

스무 살 어른이라는 생각에 들뜬 네 사람은 한 바닷가에서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는 한 여자를 발견한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용비는 남자를 말리다 주먹을 휘둘렀고 이를 말리던 세 친구도 사건에 휘말린다.

얼떨결에 폭행 사건에 연루된 네 사람은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된다. 이 과정에서 상우가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세 친구는 어쩔 수 없이 경찰서로 향한다.

수술을 받은 상우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돌아간다. 폭행 사건에 연루된 남자가 사망한 것. 유일한 증인인 여자는 자신의 불륜 사실을 덮기 위해 용비, 지공, 상우, 두만이 남편을 죽였다고 거짓말을 한다.

네 친구는 졸지에 살인자가 될 위기에 처하고 마냥 빛날 것 같았던 청춘은 산산조각이 난다. 넷이라면 두려울 게 없었던 이들의 우정도 무너지기 시작하는데...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의 시간이 멈춰버린 그 날을 먹먹하게 담아낸 청춘 영화로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예매 15분 만에 전석이 매진돼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다.

단편 '잔소리', '염' 등을 만든 최정열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 모두를 맡았고 '세 친구', '제보자'의 임순례 감독이 제작을 맡았다.

'글로리데이'는 스무 살 처음 여행을 떠난 네 친구의 시간이 멈춰버린 그 날을 먹먹하게 담아낸 청춘 영화다.ⓒ필라멘트픽쳐스

영화는 무조건 '희망'을 그리는 청춘 영화와는 결을 달리 했다. '글로리데이'라는 제목과 다른 이 시대, 암울한 청춘들의 모습을 담았다. 냉소적인 현실을 반영한 결말은 너무 우울해서 씁쓸함을 남기기도 한다.

최 감독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영광의 나날이 펼쳐지고, 꿈꾸던 삶을 마주할 거라고 생각하는 청춘들이 그렇지 못한 현실을 마주한 상황을 반어적으로 표현했다"며 "순수한 친구들이 어른을 통해 세상을 배워나가는 지점을 다르게 짚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간 선보인 청춘 영화가 질풍노도의 시기를 관통한 친구들이 어떤 계기를 통해 착하게 변하는 '희망'을 보여줬다면, '글로리데이'는 거짓된 삶을 살고 있는 어른들의 민낯을 드러내고 그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일깨워준다.

영화 속 어른들은 네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고 울부짖어도 믿지 않는다. 진실을 좇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할 경찰도 마찬가지다. 권력과 손을 잡고 약자를 무시한다. 그들에겐 소외된 사람은 귀찮은 존재다. "남은 사건이 너무 많다"며 진실을 모른 체 하고 현실과 타협한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지공의 엄마는 지공에게 "안 했어도 했다고 해야 할 때가 있고, 했어도 안 했다고 할 때가 있다. 지금은 무조건 용비가 했다고 하라"며 약자인 용비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 한다. 자식의 먼저인 두만의 아빠는 경찰에게 돈을 찔러 주며 "잘 부탁한다"고 한다.

두려움에 떨며 눈물을 터뜨리는 청춘에게 "괜찮아, 너희 잘못이 아니야"라고 토닥여 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잘못을 보듬어 주고, 흔들리는 아이들을 위로해주며 진실을 향해 싸우는 정의감 넘치는 어른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수 류준열 김준면 김희찬 등 충무로 신예 스타들이 출연한 '글로데이'는 암울한 청춘의 현실을 대변한다.ⓒ필라멘트픽쳐스

이 모습이 낯설지 않은 까닭은 오늘 날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진실보다 거짓이 판치는 모습, 돈 많고 '빽'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죄를 짓고서도 법망을 빠져나가는 모습, 결국 약자들만 당하는 모습 등은 영화, 현실에서 모두 익숙하다. 그래서 더 씁쓸하게 다가온다.

싱그러운 청춘들을 대표한 배우들은 류준열 지수 김준열 김희찬이다. 소위 말하는 '대세'들이 대거 출연했다. 영화 촬영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배우들은 현재 충무로, 안방극장 캐스팅 1순위다. 감독의 선구안이 적중한 셈이다.

'응답하라 1988'에서 정환 역을 맡은 류준열, '앵그리맘', '발칙하게 고고'로 얼굴을 알린 지수, 아이돌그룹 엑소 멤버 수호 김준면, tvN '치즈인더트랩'을 통해 국민 남동생으로 등극한 김희찬은 배역과 꼭 맞는 연기와 이미지로 스크린을 날아다닌다.

네 배우는 4개월간의 캐스팅 과정을 거쳤다. 모두 오디션을 통해 발탁됐다.

이야기가 탄탄하고 전개가 매끄러운 게 미덕이다. 영화의 전체적인 만듦새가 준수하다. 영화가 보여주는 현실이 적나라해서인지 청춘들의 빛나는 희망을 기대하고 본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제목과 어울리는, 청춘의 밝은 모습을 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최 감독은 "어렸을 때는 진심이나 진실 등 가치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졌는데 언젠부턴가 거짓된 삶을 살고 있다고 느꼈다"며 "'진실 같은 소중한 가치에 관심이 없어져 버렸구나'라고 생각했고 그런 내 모습이 부끄러워 어른들을 그렇게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3월 24일 개봉. 15세 관람가. 상영시간 9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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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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