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서 시작된 공동 R&D 거센 바람 "함께 갑시다"

임소현 기자

입력 2016.03.14 15:59  수정 2016.03.14 16:26

<기회는 지금, 제약업계 '지각변동'(중)>제약사 연구개발 키워드는 '오픈'

지난 1월 21일 서울시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미약품 오픈이노베이션 포럼 모습. ⓒ한미약품

제약산업이 기술수출 등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미약품이 지난해 4조가량의 기술수출을 일궈내면서 업계에는 한국이 '제약강국'으로 도약할 기회를 잡은 것으로 보고있다. 이에 따라 각 제약사들은 신사업과 글로벌 시장에 뛰어들고 공동 R&D를 추진하는 등 각자의 전략을 찾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정한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윤리경영'이 과제로 대두되면서 리베이트 등의 '흑역사' 청산, 윤리경영 제도 확립 등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본보에서는 제약업계의 도약을 향한 새로운 경영트렌드를 시리즈로 살펴본다.

[기회는 지금, 제약계 '지각변동']
(상)연고로 화장품, 구매대행까지…신사업효과 '톡톡'
(중)한미서 시작된 공동 R&D '바람'…"함께 갑시다"

(하)리베이트 '흑역사' 지우기…제약계 과제는 '윤리경영'


제약업계에는 한미약품의 오픈이노베이션 선언에 힘입어 연구성과 등을 공유하는 공동 R&D 바람이 불고 있다. 바이오벤처와 MOU를 체결하고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포럼을 여는 등 제약업계의 '함께 가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제약협회가 제약계에 '글로벌 성과'를 주문하면서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오픈 콜라보레이션 등 공동 R&D 부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술수출 '대박'으로 제약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한미약품은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열고 공동 R&D 사업을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일부 제약사들은 바이오벤처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동반성장과 기술력 합치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웅제약과 동화약품은 바이오벤처인 '강스템바이오텍'과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다만 이같은 공동 R&D는 투자 기간이 길고 아직 이렇다할 성과가 나지 못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 효과에 대해 논하기는 이르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제약계에서 공동 R&D는 제약업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사업 부문 확대로 업계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제약사 연구개발 키워드는 '오픈'…한미약품 포럼 효과?

한미약품은 지난 1월 오픈 이노베이션 포럼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바이오벤처 및 연구기관 관계자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방형 혁신을 통한 건강한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과 '개방형 혁신을 위한 연구기관 및 바이오텍의 노력' 등이 논의됐다.

이날 한미약품은 이번 포럼을 시작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신규 파이프라인 확보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미약품이 일궈낸 기술수출 대박 전략을 업계에 공유하고 공동 R&D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한미약품 손지웅 부사장은 "이번 포럼은 제약분야 R&D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소통해 국내 연구환경 전반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며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한미약품의 파이프라인을 탄탄하게 구축하는 한편, 산·학·연과의 다양한 협업 방식도 구체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 본사. ⓒ대웅제약
이어 대웅제약은 2020년까지 해외매출이 국내매출을 넘어서게 하는 목표를 세우며 그 전략으로 '리버스 이노베이션'이라 일컫는 현지화 전략과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내세웠다.

리버스 이노베이션은 신흥시장을 연구해 현지에 맞는 제품 개발을 통해 신흥국시장을 석권, 이러한 기술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 등 전세계 시장에 역진출하는 것을 의미하고 오픈 콜라보레이션은 현지의 고객, 전문가, 파트너, 정부 등 이해 관계자와의 협력을 통해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활용하는 개방형 혁신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신약개발 전문기업 지엔티파마가 뇌졸중을 주제로 지난달 학술포럼을 열어 뇌졸중 치료제 개발에 관한 정보공유의 장을 마련했다.

이번 행사는 전세계적으로 2번째로 높은 사망과 영구장애를 일으키는 뇌졸중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혁신적 산·학·연의 협력체제 구축을 강화하는 취지에서 열렸다.

지엔티파마 곽병주 대표는 "향후 바이오제약 강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뇌질환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학계의 발전을 위해 산(제약·바이오기업)-학(기초의학·임상의학·약학·생명과학)-연(정부출연연구소)의 협력체제 구축과 정부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와 MOU…동반성장으로 업계 '덩치 키우기'

대웅제약과 동화약품은 줄기세포 전문 바이오 벤처 강스템바이오텍과 최근 공동개발을 위한 MOU를 각각 체결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줄기세포사업부를 신설하고 보툴리눔톡신제제와 줄기세포치료제의 개발부터 판매를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꾸려 주력 사업분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웅제약은 '이지듀'라는 화장품 브랜드를 출시했다. 이지듀는 대웅제약의 DW EGF를 원료로 제조되는 화장품으로 병의원에만 유통되는 이지듀EX와 소비자 홈케어용으로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이지듀 2가지 라인으로 구성됐다.

동화약품은 강스템바이오텍으로부터 공급받은 줄기세포 배양액을 이용해 아토피 보습제를 포함한 화장품과 상처 재생을 위한 의약품 등의 사업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동화약품은 줄기세포배양액이 함유된 두피·헤어 케어 브랜드 '네버세이굿바이 리얼퍼포먼스' 샴푸와 토닉, 병·의원용 화장품 브랜드 '레다'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스템바이오텍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와의 전략적 제휴는 바이오벤처의 지속성장에 매우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에 단순 판권계약이 아니라 장기적 협력을 바탕으로 윈윈(Win-win) 관계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동제약은 최근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 바이오벤처사인 셀리버리(Cellivery Therapeutics, Inc.)와 세포투과성 파킨슨병 치료제 'iCP-파킨'의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일동제약 본사. ⓒ일동제약

iCP-파킨은 셀리버리사의 원천기술인 'MITT'기술을 접목시킨 새로운 개념의 글로벌 파킨슨병 치료제 후보 신약이다.

파킨슨병 치료제 시장은 세계적으로 약 20조원에 이르지만 현재까지의 약물은 대부분 증상완화제이며 근본적인 치료제가 없는 난치성 뇌질환 분야다. 또, 기존의약품은 대부분 화학약품으로서 효과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부작용이 심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이에 따라 iCP-파킨의 개발에 성공하면 현재 특별한 치료제가 없는 파킨슨병 시장에서 블록버스터 바이오신약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동제약 관계자는 "이번 공동개발 계약은 우수한 R&D 역량과 혁신적인 원천기술을 갖춘 바이오 벤처기업과 임상개발, 글로벌 마케팅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갖춘 국내 제약사간 파트너링 협력"이라며 "향후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에서 좋은 성장모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일부 제약사들은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와의 협업을 통해 동반성장을 꾀함과 동시에 신사업 육성에 나서고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막 시작된 공동 R&D는 아직 효과를 진단하기는 이르다"면서도 "특정 제약사가 단독으로 연구개발에 힘 쓰는 것보다 공동 연구개발으로 다 함께 제약강국의 입지를 다지기 위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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