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가 지난 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박지원 무소속 의원 집무실을 방문해 박 의원,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 회동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 박지원 무소속 의원, 권노갑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천정배 공동대표, 장병완 정책위의장. ⓒ데일리안
'무소속의 길을 가면서 야권의 통합에 전력을 다하겠다'던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합류했다. 박 의원은 2일 합류 기자회견에서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지만, 당초 무소속으로 '야권 통합의 밀알'이 되겠다던 박 의원의 전격 합류 이유에 정가의 관심이 모인다.
박 의원은 지난달 18일 국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통합이 되지 않으면 현재의 심정은 무소속 그대로 해나가겠다" 며 무소속 출마 의지를 보였었다. 그는 "김종인 대표, 박영선 의원 등 여러분이 제 복귀를 바랬고 국민의당에서도 몇 분의 의원들도 그런 이야기를 했다"며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을 선택하지 않고 중립적 위치에서 무소속 출마를 하겠다는 생각을 거듭 확인해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당시 박 의원이 이렇게 무소속 출마를 강조한 것에는 분명한 정치공학적 노림수가 있었다. 바로 '몸값 올리기'다. 이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무죄가 입증된 박 의원은 더민주와 국민의당 어디로도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호남을 두고 총선까지 쟁투를 벌여야할 두 당으로서는 야권의 승기를 잡기위해 호남에서 큰 지분을 가진 박 의원을 놓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따라서 칼자루는 박 의원의 손으로 넘어왔고 지역구 사정이 급박하지도 않은 박 의원으로서는 선거의 추이를 지켜보다가 몸값이 최고점을 찍는 결정적인 순간에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2일 박 의원은 이런 관측을 깨고 국민의당으로의 합류를 결정했다. 이미 주초부터 박 의원 합류설은 시나브로 보도됐었지만 이날 오전 안 대표의 '(박 의원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하는 3일 오후엔) 부산일정이 있다' 발언으로 '박 의원 합류는 물건너 간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돌았던 만큼 박 의원의 합류는 전격적이었다.
정가에서는 박 의원의 합류에 대해 '급변한 상황에 따른 전략 변경'이라고 분석했다. 박 의원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사이 서로 엇비슷한 평형을 이루며 박 의원에게 구애의 손길을 열렬히 뻗쳤어야할 두 당중 한 쪽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박 의원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국민의당은 2일 발표된 데일리안의 3월 첫째주 여론조사에서 처음으로 한 자릿수 당 지지율을 보이는 등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 급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김만흠 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미미해진 상황에서 도와줘야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박 의원은 우선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자신감이 붙은 상태고 국민의당의 불안한 지지율을 본인이 가세한다면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니 합류했을 것"이라고 봤다. 박 의원이 호남에서조차 지지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의당에 '소방수' 역할을 자처했다는 분석이다.
박 의원이 '소방수' 역할을 자처한 속내에는 '호남 맹주'에 대한 욕심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호남에서의 맹주로써의 자리를 누군가는 차지해야하는데 박 의원으로서는 그 자리를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박 의원이 2일 동교동계와 함께 국민의당으로 합류를 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면서 "호남에서 동교동계는 무시할 수 없는 존재인데 이들과 함께 합류를 한 것 자체가 본인이 호남 맹주가 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한 박 의원의 합류 후 행보를 '백의종군'으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당장 급한 것은 선거를 치러야 하는 것인 만큼 선거에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전라도와 광주에서 제1당이 될 수 있다면 호남지역의 맹주당(黨)이 되는 것이고, 국민의당 구성원들을 봤을 때 그렇게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본인이 맹주가 되려는 생각과 결국 일치하게되니 합류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의 합류가 마냥 시너지 효과만 낼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의원의 합류가 득일지 실일지는 선거를 해봐야 아는 것인데 동교동계의 향수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모르겠다"며 "오히려 전·현직 리더들만 잔뜩 모아놓은 국민의당이 점점 복마전(伏魔殿:마귀가 숨어 있는 곳. 화의 근원지)으로 변해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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