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에게 험지 출마를 요청하는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자료사진) ⓒ데일리안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인재 영입 딜레마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상향식 공천에 따라 전략 공천과 인재 영입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던 그가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 의원들을 향해 험지 출마를 요구하고 있다.
김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서울 험지에 출마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마포을이 거론됐다. 김 최고위원은 “권유를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출마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문대성 의원도 지난해 말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김 대표의 요구에 따라 인천 남동갑에 출마키로 했다. 김 대표는 21일 기자간담회에서 “문 의원은 IOC 위원으로 세계적 체육 엘리트 지도자”라며 “우리 쳉규 발전에 더 큰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향인 인천에서 출마할 것을 권유했고, 그렇게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최고위원과 문 의원을 향한 험지 출마 요구의 명목은 ‘선거 승리’다. 인지도 측면에서나 정책적 측면에서 강력한 현역 의원을 야당 의원이 일궈놓은 지역구에 도전해 선거 분위기를 띄우고, 이를 통해 탈환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의 속내는 다를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분석이다. 인재 영입을 놓고 친박(친박근혜)계에 연일 압박을 받고 있는 김 대표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돌려막기’ 혹은 ‘변형된 전략공천’을 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김 대표는 정치 생명까지 걸며 관철했던 상향식 공천 하에 ‘꽃가마’를 태웠다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인재 영입은 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이 때문에 불출마를 선언한 현역에 험지 출마론을 대입시키는 것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면서, 당내 압박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전략을 구사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대표와 ‘대치 양상’을 보이고 있는 친박계와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정치인에 불출마 번복이라는 ‘오명’을 입히고, 야당 의원의 기세로 승리 가능성이 적은 곳에 출마시켜 낙선 시 정치적 재기에 어려움이 따르도록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김 최고위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6일 ‘데일리안’과 전화 통화에서 “당내에서 김 대표를 향해 ‘인재 영입을 너무 안 하는 것 아니냐, 때로는 전략공천도 해야 한다’라는 요구가 지속되고 있다”며 “김 대표로서는 자신이 상향식 공천을 내뱉었기 때문에, 전략 공천 아닌 전략공천을 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역 기반도 없는 곳에 현역을 출마시켜 승리를 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지 타격을 입으라는 것인지 김 대표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다”며 “박 대통령과 친박계에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같은 분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비판의 시각이 있는 한편,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을 통해 ‘여풍’을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재 영입으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위기가 가라 앉아있다는 이유다.
친박계 이인제 의원은 26일 SBS 라디오에서 “몇몇 분들이 ‘김 최고위원은 아직 젊은데 쉬지 말고 당을 위해 어려운 곳에 나가서 싸워주는 게 좋지 않으냐’고 권유하고 있다”며 “(저도 김 최고위원이) 정치를 아예 안 한다면 모르지만, 정치에 꿈이 있다면 어려울 때 어려운 곳에 나가서 싸우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확정한 새누리당 현역은 이한구(4선·대구 수성갑), 강창희(6선·대전 중구), 손인춘(비례대표), 김회선(초선·서울 서초갑), 이종진(초선·대구 달성군) 의원 등이다. 하지만 김 최고위원과 문 의원처럼 김 대표와 지도부의 험지 출마 요구가 있을 시 변동 가능성이 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