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경쟁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손흥민은 모처럼 선발 출전한 경기에서는 활약이 미미하다. 세계 최고의 리그 중 하나인 EPL에서의 경쟁은 손흥민에게도 녹록지 않은 도전이다.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각) 영국 런던 화이트하트레인서 열린 레스터 시티와의 ‘2015-16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에서 후반 37분 교체 투입, 종료까지 10여분 그라운드를 누볐다.
지난해 11월 29일 첼시전 이후 리그에서만 7경기 연속 교체 출전. 지난달 29일 왓포드전 결승골, 레스터 시티와의 FA컵 풀타임 활약도 있었지만 주전 경쟁에서 입지를 바꾸기에는 부족했다.
손흥민의 현재 토트넘에서 입지는 모호함 그 자체다. 포지션도 출전시간도 플레이스타일도 모두 어정쩡하다. 손흥민은 독일 레버쿠젠 시절부터 왼쪽 측면 공격수로 자리 잡았고, 이 위치가 손흥민에게 최적의 포지션으로 여겨지고 있다. 빠른 스피드와 돌파를 주무기로 하는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에 강점이 있다.
하지만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을 여러 포지션에 실험하듯 기용하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기용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갑자기 최전방에 배치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손흥민이 투입됐을 때 그에 맞는 전술변화가 있는 것도 아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지만 팀내에서 확실한 역할을 받지 못하다보니 겉돌고 있다.
손흥민은 분데스리가 시절부터 공을 잡고 전개하는 플레이에 비해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에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장기인 스피드와 돌파력을 바탕으로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에 최적화된 레버쿠젠 시절에 비하면, 토트넘은 중앙 지향적인 플레이가 많고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움직임이 요구된다.
물론 경기를 꾸준히 뛰다보면 자연히 팀 전술에 적응하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 손흥민의 입지는 조커라는 것이 문제다. 후반 교체멤버로 짧은 시간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손흥민은 경기를 오래 뛰면서 스스로 감각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다. 독일 시절에도 손흥민은 선발출전 경기에서 후반 득점 비중이 더 컸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손흥민은 여전히 전도유망한 선수고 토트넘은 올 시즌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뛰어난 선수들도 EPL에서 적응기를 거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손흥민은 EPL에 입성한 지 아직 1시즌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손흥민도 시간이 흐를수록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후반 조커로 투입되든, 익숙하지 않은 최전방 공격수로 투입되든 주어진 역할에 맞춰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다. 손흥민이 평범한 선수로 머물 것인지, 한 단계 더 뛰어난 선수로 진화할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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