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루이스행 오승환, 낯선 보직 성공 가능성은?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1.11 07:26  수정 2016.01.11 09:45

세인트루이스로부터 메이저리그 계약 보장받은 듯

로젠탈이라는 주전 마무리 있어 셋업맨 자리 옮길 듯

세인트루이스행이 눈앞으로 다가온 오승환. ⓒ 연합뉴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오승환(34)이 세인트루이스 유니폼을 입을 전망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는 11일(한국시각), KBSN 스포츠 보도를 빌어 “오승환이 세인트루이스와의 계약에 합의 했다. 월요일 펼쳐질 메디컬 테스트만을 통과하면 된다”고 전했다.

mlb.com은 오승환에 대해 제법 자세하게 소개했다. KBO리그와 일본프로야구 센트럴리그를 거친 그는 뛰어난 마무리 투수이며, 개인통산 646.1이닝동안 1.8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명은 ‘끝판 대장’이고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도 기여했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 오승환의 선택지는 메이저리그 하나뿐이었다. 해외 원정 도박 스캔들에 휘말린 오승환은 검찰로부터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고, 이로 인해 KBO리그 복귀 시 시즌의 50% 출장정지라는 중징계가 내려진 터였다.

일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초 원 소속팀인 한신은 2년간 함께 했던 오승환 붙잡기에 총력을 쏟아 부었으나, 도박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결국 발을 빼고 말았다. 한국과 일본서 사실상 갈 곳 없는 상황이 된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입단에 주력하게 된 이유다.

난관도 있었다. 일단 오승환은 34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가 단점으로 지적됐다. 무엇보다 힘으로 압도하는 파워형 투수이지만, 지난해부터 직구 구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게다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하자마자 터진 도박 스캔들도 영향이 없을 리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보장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단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한신 시절 2년 연속 리그 구원왕에 오른 정상급 마무리 투수다. 일본서 특급 성적을 낸 대부분의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했다는 점도 빅리그 계약을 따낸 요인일 수도 있다.

가장 좋은 예가 일본을 평정한 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사사키 가즈히로다. 요코하마 시절 선동열(당시 주니치)과 세이브 경쟁을 펼쳤던 사사키는 2000년 시애틀에 입단했고 그해 37세이브를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4년간 메이저리그서 뛴 사사키는 129세이브 3.14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오승환의 경우 상황이 다소 묘하다. 이미 세인트루이스에는 트레버 로젠탈이라는 특급 마무리 투수가 있기 때문이다.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로젠탈은 2년간 불펜서 경험을 쌓은 뒤 2014년부터 본격적인 주전 마무리 자리를 맡았다. 2년 연속 40세이브 이상 거두고 있으며 26세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두둑한 배짱을 지닌 것으로도 유명하다.

오승환이 로젠탈을 밀어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서 그가 맡을 보직은 1이닝 셋업맨이 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변수는 셋업맨이라는 익숙하지 않은 옷이다.

물론 오승환은 데뷔 시즌인 2005년 삼성서 중간 계투를 맡아본 기억이 있다. 당시 10승-11홀드-16세이브라는 진귀한 기록을 만들어낸 그는 그해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쥔 바 있다. 그러나 벌써 10년 전 일이며 같은 불펜 보직이지만 마무리와 셋업맨은 그 역할의 다름이 분명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의 열망이 강했던 오승환은 보직 변경을 감수하면서까지 세인트루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었다. 도박 스캔들로 팬들의 반응이 싸늘해진 상황에서 오승환이 과연 어떤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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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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