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신권을 잡아라" 설 앞두고 은행권 '눈치전쟁'

이충재 기자

입력 2016.01.07 15:09  수정 2016.01.07 15:13

'신사임당 모시기' 올해도 어려워…은행지점에선 "준비들어갔다"

벌써부터 '신사임당'이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일찌감치 5만원권 신권을 준비하기 위해 경쟁 아닌 경쟁에 돌입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직장인 이성원씨(49세)는 최근 은행원인 친구에게 "명절에 쓸 5만원권 신권 100장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은행원에겐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구에게 돌아온 답변은 '100장이나 구하기는 어렵다'였다.

벌써부터 ‘신사임당’이 귀하신 몸이 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설 명절을 앞두고 일찌감치 5만원권 신권을 준비하기 위해 경쟁 아닌 경쟁에 돌입했다.

시중은행에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양을 공급하기 위해 물량 확보에 나서지만, 1만원권과 5만원권의 경우 회수율이 낮고 공급량도 넉넉지 않다 보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명절을 앞두고 반복되는 신권 품귀현상은 은행권의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창구에선 ‘은행에 왜 신권이 없느냐’고 항의하는 고객들도 많기 때문에 신권확보는 은행원들에게 일종의 명절스트레스”라며 “1만원-5만원 신권은 항상 부족해 경쟁적으로 확보경쟁에 나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에게 신권확보는 '명절스트레스'…1만원-5만원권 항상 부족해

지난해 추석 때에는 시중은행 점포에 ‘5만원권 지급 불가’라는 안내판이 내걸리기도 했다. 신권을 원하는 고객은 많은데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진 진풍경이다.

시중은행 각 점포에서는 명절을 앞두고 한국은행에 한번에 5만원권 2000~4000장(1억원~2억원) 가량을 요청하지만 실제 공급되는 신권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평소 5000만원 가량의 신권을 보관하는 것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명절이면 점포의 규모에 따라 신권 물량이 지급되지만 그래도 부족하기 때문에 신권을 확보하기 위해 직원들이 수소문을 하고 각 지점별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VIP고객을 위해 신권을 따로 챙기는 지점도 있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신권교환 '한적한 동네', '은행 지부', 'VIP' 이용하라

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명절을 앞두고 한번 1000만원 이상의 신권을 요청하는 ‘큰손’ 고객도 적지 않다. 대부분 중소기업 사장이나 대형음식점 주인 등이 직원이나 손님들에게 제공하기위한 목적이다.

이 때문에 은행에서는 신권교환 ‘한도’를 두기도 한다. 지난 추석과 설에도 한 사람당 신권교환을 할 수 있는 액수를 제한했다. 은행과 지점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체로 한 사람당 1만원권은 20장, 5만원권은 10장으로 제한을 뒀다. 50만원 이상의 신권을 구하기 위해선 은행 지점을 옮겨 다니며 번호표를 뽑아야 했다.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은행 점포 보다는 상위인 은행 지부에서 신권을 바꾸는 게 더 수월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지역의 점포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명절을 앞두고 신권 배부가 시작되면 하루이틀만에 동이 나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은행의 VIP고객인 지인을 활용하는 것도 신권 확보의 또 다른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5만원권 10장 중 7장만 돌아오니...신권구하기 '하늘의 별따기'

금융권에서는 5만원권을 확보하는 일을 두고 ‘하늘의 별따기’라고 부른다. 그만큼 시중에 5만원권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에서 방출되기가 무섭게 누군가의 ‘장롱’속으로 들어가 다시 나올 줄 모르는 5만원권의 속성 때문이다.

신권 품귀현상도 같은 선상에 있다. 실제 5만원권은 지난 2009년 6월 23일 한국은행이 첫 발행 이후 5년 동안 9억장 가까이 시중에 풀렸지만, 10장 중 7장 이상이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5만원권 환수율은 2012년 61.8%에서 2013년 48.7%, 2014년 25.5%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명절이 아닌 평소에도 서울 강남권 일부 은행에선 1인당 가져갈 수 있는 5만원권 현찰 다발의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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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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