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혼외자 공개에 SK그룹 '뒤숭숭'

박영국 기자

입력 2015.12.29 10:46  수정 2015.12.29 14:05

출소 4개월 만에 스캔들…기업 이미지 추락 불가피

잘못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죄…과거 재벌들과는 달라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 전경.ⓒSK그룹

SK그룹이 또 다시 ‘오너 리스크’에 휘말리게 됐다. 지난 8월 15일 최태원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지 불과 4개월여 만에 ‘이혼’ 및 ‘혼외자’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29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한 언론사에 보낸 편지를 통해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사이가 10년 이상 소원한 상태였다는 사실과, 내연녀와의 사이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 노 관장과의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편지 공개와 함께 SK그룹은 충격에 빠졌다. 이미 최 회장과 노 관장이 별거중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고, ‘혼외자설’ 역시 증권가 등을 통해 공공연하게 유포됐던 터라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지만, 최 회장 본인의 글을 통해 전격적으로 공개되니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 개인 사생활인 만큼 회사에서 입장을 밝힐 사안은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오너 일가 중 한 명의 잘못으로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는 사례도 많은데 하물며 기업 총수인 최 회장의 문제가 SK그룹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히 SK그룹은 지난 2013년 1월 최태원 회장이 횡령 혐의로 구속되며 기업 이미지 추락은 물론, 각종 사업에서도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지난 8월 최 회장이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이후 거액 기부를 비롯한 각종 사회공헌 사업과 경제살리기 활동으로 그동안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쓰는 와중에 또 다시 메가톤급 오너 리스크가 터진 것이다. 잘못하면 지금까지의 노력들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한 스캔들이 아니라 혼외자까지 있고, 기존 부인과 자녀들이 피해자로 인식된다는 점에서 (최 회장) 본인 뿐 아니라 기업에게까지 안좋은 영향이 한동안 지속되는 건 불가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광복절 특사라는 게 과거의 잘못을 용서받은 개념인데, 사안이 다르고 시점(잘못을 저지른)도 훨씬 과거라고는 하지만 국민 정서상 특사를 받고 나와 또 다시 스캔들이 터진 걸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반면, 최 회장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히고 잘못을 인정하며 사죄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일부 긍정적인 여론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어차피 잘못을 한 부분이고 언젠가는 터질 일이니 솔직하게 인정하고 욕 먹을 일이 있으면 욕 먹고 털고 가는 게 낫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에는 재벌가에서 이런 일이 있으면 쉬쉬하고 덮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었고, 혼외자는 호적에도 없는 사람으로 숨어 살아야 했다”면서 “잘못을 하긴 했지만 그걸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하며 책임지겠다는 의지를 보인 부분은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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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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