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의 남자 존 테리, 씁쓸한 이별의 그늘

데일리안 스포츠 = 윤효상 객원기자

입력 2015.12.17 10:41  수정 2015.12.17 10:41

'텔레그라프' 존 테리 재계약 불투명 진단

테리는 무려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첼시에만 헌신한 레전드다. ⓒ 게티이미지

첼시의 살아있는 전설 존 테리(35)가 ‘블루스(첼시 애칭)’로서의 길었던 역사를 마무리할까.

영국 ‘텔레그라프’는 “첼시는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되는 테리의 계약 연장을 미룰 것이고, 현재 그들이 재계약을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고 16일(한국시각) 전했다.

첼시 유소년 출신으로 한 차례 임대경력(노팅엄 포레스트)을 제외하면 테리는 무려 17년이 넘는 세월 동안 첼시에만 헌신한 레전드다. 17살의 나이로 첼시 1군에 데뷔했고, 이후 착실히 성장해 주장까지 역임했다.

테리가 첼시 구단 역사에 더욱 특별한 전설로 추앙받고 있는 것에는 그간의 세월이 밑바탕이 된다. 테리가 유소년을 거쳐 1군 무대에 올라올 당시만 해도 첼시는 지금만큼의 강호가 아니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 10위 안팎으로 경합하며 유럽대항전에도 곧잘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들이 유럽에서 내로라하는 강호로 군림하게 된 것은 2003년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인수 후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전폭적인 금전지원을 등에 업어 본격적인 강호로서의 탈바꿈을 시작한 첼시는 무리뉴 감독 부임과 함께 자국 무대를 호령하기 시작했다. 테리는 이러한 크고 작은 변화 속에서도 주장으로서 묵묵히 소임을 다하며 팀의 기둥이자 정신적 지주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테리에게도 시련이 없었던 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수비수로 굳건히 활약하던 테리는 30대에 접어들고 감독이 여러 차례 교체되는 혼란 속에서 ‘노쇠화’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첼시는 2009-10시즌을 끝으로 4시즌 동안 리그 우승을 넘보지 못했다.

기량이 퇴보했다는 평가와 함께 미국 MLS 등 이적설에 휘말렸던 테리는 무리뉴 2기 출범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하는데 성공했다. 첫 시즌 예열을 마치고 지난 2014-15시즌엔 무려 리그 전 경기 풀타임 출전이라는 대기록과 함께 첼시를 5시즌 만에 리그 왕좌로 올려놓았다.

우승경력만 봐도 첼시 역사의 산 증인으로서 의미가 확연히 드러난다. 리그 4회, FA컵 5회, 리그컵 3회, 챔피언스리그 1회, 유로파리그 1회까지 무수한 영광의 순간을 모두 함께한 테리는 그야말로 첼시의 상징과도 같다.

하지만 올 시즌은 녹록지 않다. 어쩌면 테리가 첼시에 몸담아온 기간 중 맞이한 가장 큰 위기일 수도 있다. 강등권에서 허덕이고 있는 첼시, 그리고 무리뉴 감독에게 향하는 언론과 팬들의 비난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테리 또한 주전 입지를 확고히 하지 못하고 있고, 첼시 수비 불안의 원흉으로도 지목되어 고난의 연속이다. 그나마 챔피언스리그 16강 티켓은 확보했지만 리그에서는 강등권 문턱인 16위까지 내려앉았다.

올 시즌을 끝으로 만료될 첼시와의 계약 연장에 실패할 경우 선택지는 두 가지다.

앞서 언급된 미국 MLS 등 타 리그 진출 혹은 은퇴다. 첼시 역시도 테리 대체자를 찾고자 지난 여름부터 존 스톤스 등 사방으로 영입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극한의 위기 속에 테리의 첼시 전기는 결국 씁쓸하게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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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효상 기자 (benn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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