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와 동부는 각각 언더사이즈 빅맨인 커스버트 빅터(사진 왼쪽)와 웬델 맥키네스를 활용해 재미를 보고 있다. ⓒ KBL
테크니션 가드보다는 역시 언더사이즈 빅맨이 더 효율적이었을까.
KBL이 야심차게 도입한 프로농구 장단신제도가 점점 당초 구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는 외국인선수를 장신 1명, 단신 1명(193cm 이하)으로 구분하던 초창기로 회귀했다. 기술이 좋은 단신 외국인 선수의 활약 속에 다득점과 볼거리를 늘리기 위한 구상이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단신 테크니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실제 시즌 초반부터 가드·슈터 타입의 단신 외국인 선수가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팀은 안드레 에밋을 보유한 전주 KCC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KCC는 하승진이라는 토종 빅맨이 있었기에 에밋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반면 시간이 흐를수록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오히려 언더사이즈 빅맨들이다. 올 시즌 전력 하락이 예상됐던 울산 모비스는 일찌감치 전형적인 단신 빅맨이었던 커스버트 빅터를 선발하며 쏠쏠히 재미를 봤다. 원주 동부는 대체 선수로 합류한 웬델 맥키네스의 가세 이후 성적이 뚜렷한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모비스나 동부의 성공 사례가 이어지면서 자극받은 다른 구단들도 이제는 너나할 것 없이 단신 외국인 선수를 빅맨 타입으로 교체하려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삼성도 최근 가드 론 하워드 대신 단신 빅맨으로 분류되는 에릭 와이즈(25·193cm)를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워드가 외곽에서 별다른 존재감을 보이지 못한데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김준일의 골밑 부담이 가중됨에 따라 결국 교체를 선택했다.
언더사이즈 빅맨들의 득세 현상에 대해 "프로 초창기 외국인 장단신 제도가 왜 실패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KBL의 충분한 검토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당시에도 칼 레이 해리스, 제럴드 워커, 버나드 블런트 등 득점력 좋은 가드나 테크니션들이 활약한 경우는 있었지만, 결국 더 두각을 나타낸 것은 조니 맥도웰, 아티머스 맥클래리 같은 힘 좋은 단신 빅맨들을 기용하며 골밑을 지배한 팀들이었다.
결국 농구의 기본을 골밑을 장악하는데서 비롯되고, 재미나 실험보다는 성적에 치중 할 수밖에 없는 구단들이 빅맨들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앞서 KBL 김영기 총재는 맥도웰 같은 선수들이 다시 돌아온다고 해도 지금 시대에서는 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이는 근거 없는 희망사항이 될 확률이 높아졌다.
특히 대부분의 구단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골밑을 맡기려고 하고 있는 가운데 소수의 선수들을 제외하면 국내 토종 빅맨들의 경쟁력이 외국인 단신 빅맨들보다도 떨어진다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또한 현재의 장단신제도에는 장신선수가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 단신 선수를 빅맨이 아닌 포지션으로 뽑았다면 골밑에서 전력누수가 불가피하다.
4라운드부터는 외인 선수 2명이 동시 출전하는 시간이 기존 3쿼터에서 2,3쿼터로 한 쿼터가 늘어나며 각 구단들은 이제 승부수를 던져야하는 시점이 됐다. 너나할 것 없이 골밑 강화와 안정이 최대의 떠올랐다. 맥도웰이나 맥클레리가 지금의 한국농구를 보고 있다면 “내가 다시 뛰어도 통하겠는데?”와 같은 생각이 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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