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투수 해커, 골든글러브는 정작 양현종?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12.08 14:47  수정 2015.12.08 14:47

평균자책점 제외한 모든 지표에서 해커가 우위

수상 실패 시 외국인 선수 차별 논란 불거질 듯

해커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쳤음에도 양현종에게 골든글러브를 내줄 수도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KBO리그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8일 오후 서울 양재동 The-K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골든글러브는 앞서 KBO가 확정 발표한 44명의 후보들을 놓고 지난달 30일부터 4일까지 5일간 올 시즌 KBO 리그를 담당한 취재기자와 사진기자, 중계 담당 PD, 해설위원, 아나운서 등 미디어 관계자를 대상으로 투표가 실시됐다.

하지만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매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투표인단이 너무 많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정규 시즌 종료 후 약 두 달 후에 투표가 이뤄진다는 점은 객관성을 잃기 쉽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 기간 한국 야구는 포스트시즌과 대표팀의 프리미어12 대회가 있었다. 여기서 활약한 선수들에게 가산점이 주어지기 쉽다는 함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골든글러브 투표 시기에 대해서는 MVP 및 신인왕 투표와 마찬가지로 정규 시즌 종료 직후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KBO 역시 후보 기준을 발표하며 오로지 정규 시즌 성적만으로 추려냈다.

이와 같은 상황들로 인해 이번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많은 논란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맹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즐비한 포지션별 격전지들이 더욱 그렇다. 1루수 부문의 박병호와 테임즈, 포수 부문의 강민호와 양의지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평가다.

투수 부문도 마찬가지다. KBO는 평균자책점이 3.50 이하이면서, 15승 이상 또는 30세이브 이상 거둔 선수로 삼성 안지만, 임창용, 차우찬, NC 에릭 해커, KIA 양현종, 윤석민 등 6명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사실상 해커와 양현종의 이파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파다하다.

사실 올 시즌 최고 투수에 대해서는 해커 쪽으로 무게추가 쏠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커는 올 시즌 31경기에 나와 19승 5패 평균자책점 3.13을 기록했고, 양현종도 15승 6패 평균자책점 2.44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해커가 손에 쥔 타이틀은 다승과 승률 부문이며, 양현종은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기록을 깊게 파고 들어가도 해커 쪽으로 손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해커는 스탯티즈가 제공한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에서 6.55를 기록, 전체 투수 중 1위에 올랐고, 6.39의 양현종은 2위였다.

KBReport의 WAR에서도 두 선수의 순위는 변함없었다. 6.10의 해커는 소사, 밴헤켄에 이은 3위이며, 양현종(3.72)은 10위에 불과했다. 7일 시상식이 열렸던 카스포인트 어워즈에서도 해커가 3993점으로 전체 1위, 양현종은 3521점으로 2위였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ESPN에서 제공하는 사이영 프리딕터(Cy Young Predictor)라는 항목을 대입해도 최고 투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세이버 매트릭스의 대부 빌 제임스가 고안한 CYP는 {(5*이닝수/9)-자책점}+(탈삼진/12)+(세이브*2.5)+완봉+{(승*6)-(패*2)}+VB의 공식으로 이뤄져있는데 VB(Victory Bonus, 소속팀이 지구 1위일 경우 12점 가산점)를 빼고 계산하면, 해커가 160.00점으로 전체 1위, 양현종은 145.99점로 처진다.

해커vs양현종. ⓒ 데일리안 스포츠

하지만 골든글러브는 다르다. 빼어난 성적을 내고도 외국인 선수라는 점 때문에 수상에 실패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2년 삼성 장원삼과 넥센 나이트가 가장 좋은 예다.

당시 장원삼이 나이트보다 앞선 기록은 다승(17승) 하나뿐이었다. 당시 장원삼은 총 351표 가운데 128표(36.5%)를 얻으며 121표를 받은 나이트를 제치고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이듬해에도 수상 논란은 계속됐다. 수상자는 넥센 마무리 손승락이었다. 무엇보다 투표 결과가 경악스러웠다. 손승락이 97표를 받은 가운데 배영수가 80표, 그리고 외국인 투수인 세든과 찰리는 각각 79표, 41표에 그쳤다.

57경기에 나와 3승 2패 46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한 손승락은 충분히 골든글러브에 어울리는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세든(14승 6패 평균자책점 2.98)과 찰리(11승 7패 평균자책점 2.48)보다 뛰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남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 외국인 투수들은 14승 4패 평균자책점 4.71에 머문 배영수보다도 표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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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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