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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신성인 희생자들 자료하나 없는게 말이 됩니까"


입력 2015.11.24 10:55 수정 2015.12.29 10:26        목용재 기자

<의사자, 그 이름을 기억합시다⓵-양순철 대표 인터뷰>

"의사자 행적, 인터넷 기사에 의존…정부 적극 나서야"

양순철 공익희생자지원센터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양순철 공익희생자지원센터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시민단체인 '공익희생자지원센터'가 '당신의 아름다운 이름을 기억합니다'(푸른사람들)라는 제하의 공익희생자를 기리는 '휴먼북'을 24일 발간했다. 경찰 및 소방공무원, 의사자 등 안전한 사회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을 다시 기억하자는 취지다. '공익희생자지원센터'는 공익희생자들이 상당수 임에도 불구, 국가차원의 선양사업이 미흡해 '휴먼북'을 발간했다. '데일리안'은 '공익희생자지원센터'가 펴낸 '휴먼북'을 토대로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천한 이들을 재조명하는 기획 연재를 시작한다. 그 첫 번째로 양순철 공익희생자 대표 인터뷰를 통해 '휴먼북' 발간 취지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살신성인'을 실천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자료를 찾아봤는데 어디에도 이들의 행적을 정리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의로운 사람들을 기리는 사업을 인터넷에 뜬 기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이게 말이 됩니까."

양순철 공익희생자지원센터 대표는 지난 19일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경찰 및 소방공무원, 의사자들에 대한 추모·선양 사업 등에 소홀한 정부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01년 일본 신주쿠 신오쿠보역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숨진 의사자 이수현(당시 26세) 씨, 세월호 참사 당시 자신보다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박지영(당시 22세) 씨 등 의사자 및 경찰·소방공무원 등 공익희생자들의 행적에 대한 국가차원의 선양사업이 미흡하다는 것이 양 대표의 지적이다.

실제 경찰청이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순직경찰 추모관'은 경찰청 홈페이지 오른편 배너에 작은 표시로 일반인들이 찾아보기 힘들게 배치돼있다. 순직경찰관들에 대한 내용은 이름, 소속, 계급과 순직 일시, 어떤 경위로 순직했는지에 대한 1~2줄 정도의 간략한 설명뿐이다.

국민안전처가 운영하는 온라인 '순직소방관 추모관'에도 '고인 소개'란에 간략한 설명뿐이다. 고인의 연번, 성명, 소속, 최초임용일, 순직일, 담당업무, 계급, 특진여부와 함께 1~2줄 정도의 간략한 순직 경위뿐이다.

온라인 '해양경찰추모관'도 순직자들에 대한 설명이 다른 추모관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순직자들의 성명, 소속, 계급과 순직경위에 대한 1~2줄의 간략한 설명뿐이다. 민간인인 의사자의 경우, 정부에서 별도의 의사자 추모 홈페이지 운영 등 선양사업에는 손을 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련 조례에 따라 선양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설명이다.

양 대표는 정부차원에서 의사자에 대한 심의 및 지정이 종료된 이후 선양사업에 신경을 쓰지 않다보니 이들을 기리기 위한 '휴먼북' 발간 작업에 애를 먹었다고 하소연했다. 경찰 및 소방공무원 등의 의로운 행적을 기리기 위해서는 사료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양 대표는 "정부에서 사이버 추모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들어가보면 몇월 며칠 사망했다는 것과 순직 사유 정도만 나온다"면서 "순직한 이들이 어떤 사람인가, 어떤 과정을 통해 경찰 혹은 소방공무원이 됐고 어떤 과정을 겪으면서 의로운 행동을 결정하게 됐나 등의 소개가 있을법한데 이런 내용들이 전혀없다"고 지적했다.

양순철 공익희생자지원센터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양순철 공익희생자지원센터 대표.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그는 "해안경찰들의 경우 사이버추모관 조차 없고, 이수현 씨나 박지영 씨 등의 의사자들에 대한 내용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면서 "의사자들은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데 의사자들에 대한 종합적인 현황이나 사연 이런 것들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 의사자 지정만 해놓고 끝나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경찰 및 소방공무원, 의사자를 기리기 위해 '휴먼북' 사업을 시작했는데 자료 수집이 어려웠고, 의사자들의 경우 인터넷에 나온 기사들외에는 마땅한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면서 "현재 선양사업은 독립·전쟁유공자, 민주화 등에만 집중돼 있고 현재의 의사자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고 덧붙였다.

양 대표는 이번 '휴먼북' 발간을 위해 의사자들의 유가족들에 접촉하는데 많은 난관에 부딪혔다고 하소연했다. 의사자들과 관련된 원천 자료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고, 의사자 주변인들에 대한 접근 경로도 확보하기 어려웠다. 유가족을 만나도 "아픈 기억을 또 꺼내기 싫다"며 사양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 공익희생자를 기리는 사업 진행을 위해 정부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도와주기 어렵다"는 입장만을 전해왔다.

양 대표는 "유가족들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제한돼 있었다. 또한 그들에 대한 기록도 많지 않아서 접근이 쉽지 않았다"면서 "설사 유가족을 만난다 해도 난감해 하시는 경우가 많았다. 유가족들로서는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들과 연결된 민간단체와 학계 교수님을 통해 유가족들을 겨우 섭외했고 이들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숭고한 희생정신과 망자의 뜻을 알렸으면 한다는 취지를 전달했고 이번에 발간된 휴먼북을 통해 4명의 공익희생자들의 사례가 집필됐다"고 말했다.

공익희생자지원센터에 따르면 '당신의 아름다운 이름을 기억합니다' 휴먼북 집필은 편도혁·박윤주·김혜정·최정아 등 4명의 대학생들이 유가족들을 직접 인터뷰해 '소설'의 형식으로 사연을 풀어냈다. 4인의 대학생은 영화 'R2B 리턴 투 베이스' 원작 작가 차인숙 씨에게 일정 기간동안 교육을 받고 글을 써냈다.

양 대표는 "집필작업에 참여한 대학생들의 열정이 넘쳤다"면서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휴먼북이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익희생자지원센터는 지난 2013년 시민활동가들이 의사자들에 대한 기념 및 선양 사업이 부족하다는 공감대에서 출범한 단체다. 이후 2014년에 비영리 단체로 행정자치부에 등록이돼면서 현재는 100여명의 회원과 함께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공익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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